[경제 카페]KAL 마일리지 개선 ‘눈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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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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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고객들의 불만 중 하나는 ‘처치 곤란 마일리지’일 것입니다. 항공사들은 큰 혜택이나 주듯 마일리지를 부여하지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보너스 좌석’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일 대한항공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한다며 ‘새 마일리지 제도’를 발표할 때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한항공이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개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선안 대부분이 매출 규모가 절반 수준인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새 마일리지 제도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명확했던 부분’은 발표 당일인 19일부터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보너스 좌석 확대 방안에는 얼마나 확대하고, 어떻게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습니다. 영업상 보너스 좌석 수까지 공개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현재 평균 ○%대에서 ○%대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대한항공은 “늘리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를 위해 초과 수하물, 라운지 이용, 리무진 버스 이용에도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적용 시점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정도라면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시행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로 기내 면세품 구입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아웃백, CGV, 메가박스 등 20여 개에 이르는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일리지로 구입한 보너스 항공권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것과 고가(高價) 악기 등을 운반하기 위해 좌석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에도 마일리지를 부여하기로 한 개선안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해오고 있는 것들입니다. 참고로 대한항공의 2분기(4∼6월) 매출은 2조8364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며, 아시아나항공의 1조2384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졸속 개선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합니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마일리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보고하는 등 압박이 오자 어쩔 수 없이 개선안을 내놓았다는 것이죠. 사정이 어찌됐든 ‘새 마일리지 제도’에서는 대한항공이 평소 강조해 온 ‘고객 사랑’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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