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개미들 비관할때 주가는 야금야금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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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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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주가는 걱정의 담벼락을 타고 올라간다

옛날 중국에 ‘기(杞)’라는 사람은 하늘이 무너질까봐 늘 근심했다. 하루는 친구가 찾아와 위로하며 말했다. “하늘은 공기니까 무너질 염려가 없다네.” 그러자 기는 다시 물었다. “땅이 무너지지 않을까?” 친구가 또 대답했다. “땅은 흙이 쌓여서 된 것인 만큼 무너질 염려가 없지.” 친구의 설명을 듣고 비로소 기는 천지가 무너질 것 같다는 근심을 하지 않았다. 열자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웃었다. “천지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 사람도 잘못이야. 천지가 무너질지 안 무너질지는 알 수도 없거니와 우리가 염려할 바도 아닐세.” 이 고사에서 유래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을 ‘기우(杞憂)’라고 한다.

미국의 한 대학 심리학과에서 사람들의 걱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공연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과거 일에 대한 걱정이 30% △사소한 고민거리나 남의 일에 대한 걱정이 22%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걱정이 4%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 4%라고 한다. 결국 대부분의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투자자들처럼 온 세상의 걱정을 떠안고 사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 자기가 보유한 주식의 실적 전망이나 수급 동향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 남북 관계, 세계 경제 흐름, 기상 변화, 전쟁, 테러 등 온갖 뉴스를 보며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분석한다. 주식을 사놓고는 무슨 악재가 터져서 주가가 떨어지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주식을 팔고 나서는 대형 호재가 나와서 주가가 폭등할까봐 걱정한다.

물론 주가의 움직임이 해당 기업의 실적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온갖 변수에 복합적으로 반응하기에 그런 고민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비관론자들은 수많은 재료 중에서 특히 부정적인 재료를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근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사방이 온통 악재투성이인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란 쉽지 않다.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 국면에 진입해서 장기간 주가가 빠진 뒤 한동안 바닥권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 투자자들은 심적으로 몹시 지치게 되고 결국 주식시장을 외면하게 된다. 주가가 조금씩 회복돼도 앞에서 워낙 험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뭐, 조금 오르다가 지난번처럼 다시 떨어지겠지’ 하는 체념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여전히 증시 주변 상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 않아 주가 상승을 기대하지 못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지치고 체념하며 걱정할 때 주가는 야금야금 올라가기 시작한다. 장기간의 하락과 박스권 등락 과정을 거쳐 웬만한 급매물은 소화가 됐기 때문에 주가는 큰 매물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담쟁이덩굴이 담벼락을 타고 슬금슬금 올라가듯이 주가는 걱정의 담벼락을 타고 서서히 오르게 된다. 그 걱정의 담벼락이 높으면 높을수록 주가가 올라갈 여지도 많다.

2년 전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폭락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을 크게 염려하며 투매 양상까지 보였고 결국 종합주가지수 900 선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하며 비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동안 주가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개별 종목별로 웬만한 대형주들은 서너 배가 넘는 주가 급등을 기록했다.

미국 월가의 속담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주식 시세는 비관 속에서 태어나고 회의 속에서 자라나며 낙관과 더불어 성숙하고 행복과 함께 사라진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주식시장의 생리가 아주 잘 담겨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비관하고 있을 때 주가는 바닥을 치고 새로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회복되는 주가를 보고 투자자들이 긴가민가하며 아직도 의심하고 있을 때 주가는 쑥쑥 자란다. 그런 모습을 보고 비로소 시장을 낙관한 투자자들이 하나둘 달려들면서 주가는 무럭무럭 성숙하게 된다. 그러다가 대부분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짧은 행복을 맛보는 사이 주식시세는 서서히 사라진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걱정의 담벼락을 높이 쌓아올리며 주식시장을 쳐다보지 않을 때 소수의 투자자들은 그 걱정의 담벼락 위에서 달콤한 투자수익을 맛본다. 이렇게 주식시장은 어리석은 대중을 철저히 외면하고 소수의 현명한 투자자들에게만 승리의 미소를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현명해지려면 군중심리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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