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년 먹고살 기술을 찾아라” 黃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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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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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R&D전략기획단장, 日에 번쩍 美에 번쩍… 왜?

올해 3월 지식경제부의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으로 영입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사진). 그는 지난주 3박 4일의 일본 출장기간에 무려 13곳의 현지 기업을 둘러봤다. 동행했던 이들은 “엄청난 일정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다음 달 9일 융합산업 분야의 유망기업들을 둘러보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간다. 지경부 관계자는 “황 단장은 전략기획단장으로 영입되기 전 이미 1년간 미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신기술 현장을 둘러봤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선택이 맞는지 확인하며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황 단장표 ‘드림팀’의 최종 선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 한국 20년 책임질 기술 판을 짜라

황 단장이 이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최종 결정’이란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짜고 있는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로드맵을 말한다. 앞으로 10∼20년간 한국을 먹여 살릴 10대 기술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10대 기술 중 5개는 당장 3∼5년 내 가시적인 매출성과를 올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나머지 5개는 오직 한국만이 가능한(only one) 독창적인 산업기술로 정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글로벌 기술 방향에 대한 혜안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가 잘하고 있는 산업기술의 융복합화를 극대화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로드맵인 셈이다.

황 단장은 해외의 R&D 자원을 끌어오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하나 우리가 최고가 아닌 기술이 있다면, 해외의 1등 기술과 인력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경부는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 10개 기술에 지경부가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4조4000억 원의 R&D 예산을 집중할 예정이다. 즉, 이 로드맵을 기반으로 향후 한국의 신성장동력 산업 방향이 정해진다는 의미다. 그만큼 어렵고 고심이 되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 정부 R&D도 ‘경쟁과 책임’, 기업형으로 혁신

황 단장은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삼고초려’한 끝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선영 서울대 교수(융합신산업), 조신 SK경영경제연구소 전문위원(정보기술산업), 주영섭 전 현대오토넷 사장(주력산업), 홍순형 KAIST 나노융합연구소장(부품소재), 박상덕 전 전력기반센터 센터장(에너지) 등 5인이 상근 투자관리자(MD)로 추가 영입돼 ‘드림팀’이 꾸려졌다.

장관까지 직접 나서 민간 주도의 R&D 전략단을 꾸린 것은 그간의 국가 R&D 전략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다른 분야 예산에 비해 R&D 예산을 크게 늘려왔지만, 한국의 일류상품 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이다. 그 대부분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지경부 이창한 산업정책기술관은 “대기업이 평균적으로 매출의 5%를 R&D에 투자한다고 보면, 정부의 R&D 투자(한 해 14조 원)가 매년 300조 원의 매출을 내야 한다는 의미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것이 민간을 통해 지경부의 R&D 전략을 기업형으로 완전히 혁신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매년 수조 원을 R&D에 쓰지만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를 제외하면 실제 신성장기술 개발로 가는 돈은 4000여억 원 수준이다. 지경부가 매년 4조4000억 원을 제대로 쓰면 한국이 ‘일을 낼 수 있다’는 게 황 단장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황 단장은 “요즘 내 손에 항상 들려 있는 글은 제갈량의 후출사표(後出師表)”라고 밝힌 바 있다. ‘천하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것에 만족해 어찌 앉아서 망하기만을 기다릴 수 있겠냐’며 나라를 위해 전장에 나서는 제갈량의 절절한 마음을 읊은 글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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