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취임 첫마디 “배수의 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비만 조직에 ‘외과적 수술’ 의지
■ KB금융 과제와 진로

1인당 생산성 신한銀 절반 사내 반목-대립 ‘속병’ 깊어
“신용카드 부문 분사하고 증권-보험 사업영역 확장”

어윤대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홍진환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홍진환기자
“배수(背水)의 진을 치겠다.”

10개월간 선장 없이 파고에 휩쓸리던 ‘KB금융호’의 새 선장으로 13일 취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렇게 취임 일성(一聲)을 밝혔다. 한때 소매금융의 최대 강자로 군림하던 ‘리딩뱅크’의 자부심보다는 내리막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어 회장이 이끌 KB금융그룹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권의 인사 개입 의혹 등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고 회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한 반목과 대립, 뒤처진 경쟁력 강화 등 내부의 환부를 치유하는 것도 어 회장의 몫이다.

KB금융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어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이날 취임식을 가진 뒤 본점에 마련된 회장 집무실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어 회장은 취임식 직후 모든 대외행사를 제쳐두고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 방문을 첫 공식 일정으로 잡았다. KB금융의 영업력 회복이라는 기본부터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KB금융의 체질이 굉장히 악화돼 있어 앞으로 2년이 됐든 5년이 됐든 건강해질 때까지 우리금융 등 은행 인수는 없을 것”이라며 외형 확장에 앞서 내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만큼 뒤처진 영업력 회복과 수익성 개선은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1분기 국민은행 직원들의 1인당 생산성은 2017만 원으로 4560만 원인 신한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은행 직원 2명이 낸 수익이 신한은행 직원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 회장은 “우리의 환부를 직시하면서 수술하고 치유하는 생명회복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우선 비용절감 운동과 신상품 개발, 영업력 제고를 통해 영업 수익을 향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비(非)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B금융은 수익의 90% 이상을 국민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은행 비중이 50% 수준인 신한금융은 물론 77% 수준인 우리금융에도 뒤처진다.

그는 “그룹의 미래 지속 성장기반을 확대하고 비은행 부문의 고객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사업의 다각화가 필수”라며 “조만간 신용카드 부문을 분사하고 증권 보험 분야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사퇴 이후 회장 선출을 둘러싼 부침으로 반복과 갈등을 빚은 조직 내부를 추스르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당분간 인력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 회장은 “인력이 많다고 해서 내보낼 방법은 없으며 강제로 사람을 줄이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탕평 인사를 통해 직원의 사기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차기 국민은행 행장은 내부에서 뽑겠다는 구상이다. 행장 선임이 끝나면 KB금융지주 사장 선임에 나설 예정이며, 이 경우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외부 인사 영입도 고려 중이다.

한편 이날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어윤대 회장 선임과정 자체가 ‘원인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노조는 또 회장 선임과정에 월권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된 금융감독원을 조만간 검찰에 고발하고, KB금융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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