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2모작]강창희 연구소장-정병오 관장 대담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평생 현역이 최고의 보약… 체면보다 허드렛일이 낫다”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장(왼쪽)과 정병오 서울강남시니어클럽관장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래에셋빌딩에서 은퇴 
준비자들이 갖춰야 할 생활자세와 자산관리방법 등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장(왼쪽)과 정병오 서울강남시니어클럽관장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래에셋빌딩에서 은퇴 준비자들이 갖춰야 할 생활자세와 자산관리방법 등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지금까지 은퇴 특강 지면을 통해 일선에서 물러난 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은퇴자를 모두 13명 소개했다. ‘행복한 2모작’을 일구고 있는 이들은 은퇴자라는 호칭보다는 ‘평생 현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열정적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행복한 2모작에 등장한 은퇴자들에게 자산 운용에 관한 방향을 제시해준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장과 정병오 서울강남시니어클럽관장의 대담을 통해 바람직한 은퇴 준비에 필요한 항목을 짚어봤다. 서울강남시니어클럽은 어르신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시험감독관 파견과 통·번역 등을 비롯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창희 소장=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는 모두 세 번의 정년을 맞이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정년은 제3자가 정년을 결정하는 고용 정년, 두 번째 정년은 본인 스스로가 정하는 일의 정년, 세 번째는 세상을 떠나는 인생 정년이다. 직장인들은 현재 직장에서 고용 정년을 맞게 되면 또 다른 일을 찾아 좀 더 돈을 벌 것인지, 사회에 환원하는 인생을 살 것인지, 자기실현을 위해 생활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병오 관장=서울강남시니어클럽에 등록한 회원 414명 중 88%가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췄다. 사회적으로도 중학교 교감 이상을 지내다 은퇴했거나 국장급 공무원과 외국 대사로 일했던 분도 적지 않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이 사장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일하려고 한다.

▽강 소장=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에 은퇴하고 나면 건강과 돈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은퇴자마다 다르지만 현역 시절에 노후 준비를 충분하게 못했다면 체면 차리지 않고 허드렛일을 하는 사례도 보았다. 동아일보의 행복한 2모작에도 비슷한 분들이 몇 차례 소개됐다. 이분들은 젊은이들이 못하는 분야나 하지 않으려는 일을 찾아내서 하고 있었다.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장

“시리즈 주인공 13명 ‘열정’ 공통분모 가져
시니어 일자리 지원 체계적 시스템 절실
투자공부 안하면 노후 어두워진다”


▽정 관장=서울강남시니어클럽에서 주선하는 일자리 사업 중 자연체험학습장이 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한 달에 한 차례 방문해 농사일을 직접 체험하며 작물을 키우는 방식으로 평소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맡아서 재배한다. 지난해 70대 후반의 할머니가 이 일을 하시겠다고 했다. 면접을 해보니 서울 강남에 집도 있고 장성한 자녀들이 용돈도 드려 생활이 어려운 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죽는 날까지 열심히 생활한 어머니로 자식들에게 남고 싶다”며 일을 했다.

▽강 소장=젊은이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못하는 일을 하려면 먼저 자신의 자세를 낮춰야 한다. 또 현역 시절부터 차근차근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징을 강조하면 유리할 수 있다. 동아일보 행복한 2모작에 나왔던 삼성물산 마스터 3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특정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해 나이 60이 넘어도 현장에서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주특기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엄청난 노하우를 갖추라는 게 아니다.

정병오
서울강남시니어클럽관장


“나이 많다고 해서 능력 외면? 안될 말
책임감만큼은 젊은이들에게 안뒤져
자녀에게 짐 안되려면 ‘연금 3총사’는 기본”

▽정 관장=고령자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일자리를 개척한 사례를 소개하겠다. 6월에 보건복지부, 편의점업체 훼미리마트와 협약을 맺었다. 올해 어르신 60명이 훼미리마트에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은 몸놀림은 빠르지만 책임감이 약해 결근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동작이 다소 굼뜨더라도 한번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낸다. 이런 분야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 시범사업이 될 만하다. 올해 60명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500명으로 취업 인원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르신 중에는 나중에 훼미리마트를 직접 경영하려고 경험을 쌓는 분들도 있다.

▽강 소장=서울강남시니어클럽처럼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NPO)이 활성화돼야 한다. 미국에는 비영리법인이 200만 개에 이르고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전체 취업인구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도 이 정도 수준에 이르려면 정책당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각계각층에서 전달하는 기부금 규모도 더 커져야 한다. 국내 비영리법인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소득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공공선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라고 요구만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정 관장=서울강남시니어클럽에도 젊은 직원 8명이 일하고 있다. 모두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이 중 경력이 10년 된 직원도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더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 사회복지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만으론 견디기 힘든 여건이다. 정부 보조금은 몇 년째 묶여 있어 직원을 더 채용하고 싶어도 인건비를 조달할 수 없어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강 소장=올해 초 수도권의 베이비붐 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4억8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 중 주택의 가치가 4억6000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은퇴 후 삶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젊은 시절부터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금융자산을 투자 상품으로 운용하는 공부를 미리미리 하지 않으면 노후가 어두워진다.

▽정 관장=우리 세대는 직장생활 열심히 하고 자녀 교육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평균수명이 늘어 현재 60세는 앞으로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강 소장이 지적한 대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가입해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고 살 수 있는 토대를 갖춰야 한다.<끝>

정리=이진 기자 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