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이석채회장 “중소기업에 잘못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18시 08분


코멘트
KT 김영일 코퍼레이트센터 부사장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상생(相生)에서 동반성장(同伴成長)으로'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이석채 회장의 얘기는 정작 '상생'도 제대로 못했다는 '자기반성'에 가까웠다.

12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KT의 '중소기업 상생경영 1년' 기자간담회.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그동안 KT에 잘못된 관행이 많았다"고 인정했다. 또 "중소기업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사업 직전 단계까지 자기들 비용으로 진행시켰는데 실무자는 사업화 직전에 '예산이 부족하다'거나 '위에서 거절했다'며 사업을 무산시켰다"는 등 구체적인 사례도 직접 들었다.

● "잘못했다, 잘해보자"

이날 KT가 스스로 내놓은 '동반성장 대책'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KT가 얼마나 중소기업을 압박해 왔는지를 보여줬다. KT는 이날 '3불(不)정책'으로 △중소기업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KT와 제휴를 하려다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거나 기술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는 비판을 해온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특정 사업을 벌이고 '1년 결산' 식의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성과를 먼저 내세운다. 하지만 KT는 1년 동안 발견한 잘못된 점부터 소개한 셈이다.

3불정책의 구체적 실천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 협력업체로부터 제품을 살 때 얼마나 살 계획인지 미리 알리는 '수요예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러면 중소기업이 KT에 납품할 때 생산량을 조절해 재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아이디어 교환 단계부터 비밀유지계약(NDA)도 맺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기업들은 협력의사를 타진하는 단계부터 NDA를 맺지만 KT는 그동안 돈이 오가지 않는 느슨한 제휴협력에서는 NDA를 맺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디어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로잡는 조치였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거쳐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듣겠다"며 "이 프로세스를 거쳐 채택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해당 중소기업에게 노력한 만큼 대가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KT가 앞으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진출하지도, 경쟁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가끔 통신사의 성장성이 떨어진다며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서 신사업을 벌이자는 얘기도 내부에서 나온다"며 "하지만 KT라는 대기업이 중심 사업에 배수진을 치고 도전해야지, 중소기업 영역을 기웃거리면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앱스토어에 기회가 있다"

이 회장은 국내 모바일게임 벤처기업 컴투스를 예로 들며 "컴투스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글로벌기업이 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컴투스는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수십억 원 어치의 게임을 수출하는 회사다. 이 회장은 "앞으로 우리 소프트웨어 중소기업들이 애플의 앱스토어, 세계 통신사가 함께 만드는 공동 앱스토어(WAC) 등에 진출하도록 KT가 돕겠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구글의 앱스토어인 '안드로이드 마켓'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의견도 내놨다. 그는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은 구글이 광고 매출을 올리는 게 중심이라 무료 콘텐츠를 선호한다"며 "애플 앱스토어는 다소 폐쇄적으로 보이지만 기업에게 유료 콘텐츠로 성공할 기회를 훨씬 많이 열어준다"고 주장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