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디플레 경고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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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 폐기→고용·수요 악화 →성장하락’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와 자산가치가 급락하면서 소비와 기업 활력을 떨어뜨려 성장률이 낮아지고 소비자 기업 정부의 부채 지불 능력까지 떨어뜨리는 현상을 말한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과 유럽이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고 있다”며 “불황의 한가운데서 지출을 대폭 삭감하면 그것이 불황을 더 깊게 하고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없애면 고용사정이 다시 악화되고 수요 위축에 따라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 간 괴리가 커지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고위 관계자들도 비슷한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은행 데니스 록하트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미 경제회복세가 여전히 너무 취약해 이제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3년 동안 FRB의 정책상한선인 2% 아래에서 맴돌 것”이라며 더딘 고용회복을 이유로 제로금리 정책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6월 미국의 고용시장에서 일자리가 처음으로 감소했고 미국에서 집값보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큰 주택이 15%에 달한다”며 “미국은 디플레이션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디플레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반영하듯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월 5일 3.99%에서 6일(현지 시간) 2.93%까지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장기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오르고 반대일 경우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재정위기로 각국이 긴축정책을 한꺼번에 추진하고 있는 유로존은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미국보다 더 높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유럽이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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