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안’ KT의 어설픈 시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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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바일 오피스가 화제입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고, 의사소통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생산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보안입니다. 기업의 정보는 돈입니다. 귀중한 정보가 전송 중에 도청당한다면? 핵심정보가 담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면?

5일 KT는 휴대전화 분실시 정보유출 우려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했습니다. 만약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곧바로 기업 보안담당 부서에 신고를 합니다. 그러면 보안담당부서에서 원격으로 해당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를 완전히 삭제(공장 초기화)하거나 일부 기능을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시연회에서 KT는 먼저 윈도모바일을 운영체제로 하는 삼성의 옴니아 폰에 e메일 등을 열어볼 수 없도록 하는 '잠금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휴대전화는 멀쩡히 작동했습니다. 이영희 기업고객전략본부장 등 관계자들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나중에는 제대로 작동됐지만 왜 처음엔 안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또 원격 조정은 3G네트워크와 무선인터넷인 와이파이(Wi-Fi) 상태에서만 가능합니다. "휴대전화를 훔치고 네트워크를 완전히 차단해 버리면, 받은 e메일과 주소록 정도는 손쉽게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보안이라는 게 원래 100%는…"이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KT의 이번 보안 솔루션은 모든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적용할 수 있고, 분실시 정보유출 우려에 대해 어느 정도 대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폰에 원격 조정으로 '공장초기화' 설정을 하자, 저절로 재부팅되면서 모든 정보가 삭제됐습니다. 공장에서 막 시판된 상태와 같다고 KT측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원격조정이 됐다 안 됐다 하고, 고의적인 절도행위에는 대안이 없다면 앞으로 정보유출 문제가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안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KT는 한화그룹 도시철도공사 등 50여개 기업과, SK텔레콤은 포스코, 기상청 등 주요 기업과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했습니다. 그만큼 생산성 제고라는 매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KT 측은 5일 '진땀 뺀' 시연회에 대해 "시범 서비스"라며 "계속 문제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안에 100%는 없다 해도, 99.9%까지 철저한 대응을 바랍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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