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슈퍼는 대체재일까, 보완재일까. ‘꿩 대신 닭’의 관계이면 대체재, ‘바늘과 실’의 관계이면 보완재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둘 다 된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까지 가기 귀찮으면 인근 슈퍼에서 장을 본다. 반면 롯데마트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롯데슈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두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관계도 흥미롭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59·왼쪽 사진)와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60·오른쪽 사진). 대구고 동기 동창으로 사학 라이벌인 연세대(노 대표)와 고려대(소 대표)를 나와 롯데쇼핑에 입사한 후 롯데백화점에서 상무와 전무를 나란히 같은 해에 달았다.
2006년 소 대표가 롯데슈퍼로 발령 나면서 먼저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노 대표는 1년 후 롯데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대표이사 사장은 소 대표가 지난해, 노 대표가 올해 2월 됐다. 회사 매출 규모(지난해 기준)로는 롯데마트(4조4453억 원)가 롯데슈퍼(1조416억 원)의 약 4배다. 그러나 소 대표는 편의점인 코리아 세븐과 바이더웨이의 대표까지 겸한다. 두 편의점의 지난해 매출 규모(1조7300억 원)까지 합하면 소 대표의 파워도 만만찮다.
○ 고교 동기동창… 상반된 스타일
7일 만난 소 대표의 언행엔 거침이 없었다. ‘저돌적 불도저’라는 세간의 평다웠다. “고객 한 명당 구입액이 롯데마트는 4만3500원인 데 비해 롯데슈퍼는 1만5000원이에요. 슈퍼라는 게 결국 1000원 단위 물건을 팔아 이문을 남기는 장사라 처음에 참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그가 부임한 2006년 45개였던 롯데슈퍼 점포는 현재 215개다. 2007년 5600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416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구매 금액과 상관없는 무료 배달 서비스와 점포별 손익관리가 성장 동력이 됐다. 다들 말릴 때 밀어붙인 소 대표의 과감한 소신이었다.
롯데마트의 노 대표는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란 평가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근거해 깜짝 발탁 인사도 한다. 지난해엔 통상 이사가 맡는 부문장 자리에 차장 1년 만에 승진한 부장을 앉혔다. 롯데백화점 판매본부장 시절 옛 미도파백화점을 롯데 영플라자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냈던 그는 최근 롯데마트에선 ‘가치혁신 상품혁명’을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 덕, 샘소나이트 트렁크 등을 평소보다 싸게 롯데마트에서 선보이고 있다.
○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시너지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노 대표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 대표에 대해 “추진력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날 소 대표는 노 대표에 대해 특별한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미묘한 신경전 양상이 느껴졌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손을 맞잡기도 한다. 2007년부터 시작한 공동 매입은 지난해 4300억 원 규모에 이르렀다. 경기 오산과 경남 남해의 물류센터도 함께 이용한다. 올해 초 롯데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개발한 ‘롯데라면’은 롯데슈퍼에서도 잘 팔린다. 롯데마트 입장에선 동네 구석구석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롯데슈퍼는 상품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윈윈’ 전략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