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中선 공략하지 말고 스며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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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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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中 첫 외자공공사업권 ‘선양버스터미널’ 따낸 비결은?

“시민에 문화공간 제공” 강조
24층 복합빌딩 기대감 높여


통합 ‘SK차이나’ 7월 출범
현지화 - 제휴 - M&A 박차


올 하반기 중국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에는 지하 2층, 지상 24층 규모의 대형 버스터미널이 문을 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처럼 복합쇼핑몰과 결합한 이 버스터미널 이름은 ‘선양SK버스터미널’.

이 터미널은 SK에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선양 시가 시설사업권을 SK에 맡겼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SK네트웍스 측은 “중국 역사상 외자기업이 공공시설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쌓은 선양 시 당국과의 끈끈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대형 버스터미널 완공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중국 선양 시 ‘선양SK버스터미널’의 조감도. SK네트웍스는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 중 최초로 공공시설 사업권을 획득했다. 사진 제공 SK네트웍스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중국 선양 시 ‘선양SK버스터미널’의 조감도. SK네트웍스는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 중 최초로 공공시설 사업권을 획득했다. 사진 제공 SK네트웍스
SK는 한중 수교 전인 1991년에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시장 개척에 있어선 국내 재계의 ‘큰형님’ 격인 셈이다. 2005년엔 SK네트웍스가 국내 종합상사 중 최초로 선양 시에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그만큼 선양 시 당국 또한 SK를 각별하게 생각한 것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중국 진출 초기에는 ‘공략한다’ ‘뚫는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표현도 많이 썼다”며 “그러나 그룹이 20년 가까이 중국 사업을 추진하면서 배운 것은 ‘윈윈’할 수 있는 전략만이 진정한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버스터미널 건립을 추진하면서 SK네트웍스는 선양 시 측에 “종전의 낙후된 버스터미널 대신 선양시민들에게 교통과 쇼핑 등 각종 편의시설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완공이 가까워지면서 요즘 현지에서는 시 당국뿐 아니라 시민들의 기대 또한 높아지는 분위기다.

SK네트웍스는 버스터미널과 연계된 복합쇼핑몰 안에 자사(自社)의 의류(오즈세컨), 자동차 정비(스피드메이트), 정보통신 관련 매장을 내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측은 “건물이 완공되면 빌딩 꼭대기에 ‘SK’ 간판과 함께 ‘행복날개’ 로고도 붙일 예정”이라며 “SK와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중국 직원 채용 크게 확대

SK그룹은 7월 중국 현지의 13개 계열사 90여 개 법인을 통합한 ‘SK차이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제2의 창사’라고 할 수 있는 통합 중국 법인 출범을 계기로 SK는 향후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다지는 데 더욱 공을 쏟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지 공장, 사업장에 중국 직원 채용을 확대해 관리직까지 중국인으로 구성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SK그룹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평가되는 ‘중국 산터우(汕頭) 폴리스티렌 공장’(2006년 인수)은 직원 296명 중 한국 인력이 3명에 불과하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당의 권한이 절대적인 중국 사업환경 특성상 현지 정부 및 시민의 마음을 얻는 게 사업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의 주력 성장사업인 ‘모토라이제이션(자동차 대중화)’ 관련 사업을 키우는 데도 중국 당국이나 현지 국영기업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2008년 중국 최대의 국영석유기업 ‘시노펙’과 손잡고 1년 만에 스피드메이트 매장을 20개 이상 늘린 바 있다. 2020년까지 2000개의 스피드메이트 매장을 열 계획인 SK네트웍스는 앞으로 주유소 운영사업에서도 시노펙과 협력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SK네트웍스 측은 “‘중국의 좋은 친구가 되자’는 사업철학은 ‘SK차이나’에서도 핵심 기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중국 사업규모를 18조 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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