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보금자리 경기권 4곳 ‘찬바람’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주변 시세의 75∼80%… 가격 장점 약해
3차지구와 지역 겹쳐 사전예약률 저조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히트상품’이었던 보금자리주택의 명암이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7일 시작된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전예약에서 서울 내곡, 세곡2지구 등 강남권 두 곳은 하루 만에 청약이 조기 마감됐지만, 나머지 경기권 네 곳은 10일까지도 모집 가구 수를 못 채운 곳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청약자가 하나도 없는 ‘청약률 제로’ 유형도 무더기로 생기고 있다. 이러다가 보금자리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라고 말한다. 분양가나 입지,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 등을 따져봤을 때 같은 보금자리주택이라도 강남과 비(非)강남권 사이엔 투자 매력의 차가 크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보금자리주택의 이 같은 청약 부진현상은 최근 민간분양시장의 가늠자로 평가받던 대림산업의 ‘광교 e편한세상’이 청약경쟁률이 치솟으면서 큰 인기를 끈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 분양가, 입지 경쟁력에 따라 갈려

물론 보금자리주택의 청약 미달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사전예약을 받은 시범지구 때도 노부모와 3자녀 우선공급에서 150여 채가 미달돼 일반공급으로 다시 분양 신청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시범지구 때와는 달리 이번 2차 지구에서는 특별공급에서 미달되면 물량이 본청약으로 바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상황이 보금자리의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이다. 첫날(7일) 노부모 및 3자녀 특별공급 사전예약에서 서울 강남 두 곳은 경쟁률이 8.2 대 1까지 치솟았지만, 남양주 진건 등 경기지역 4곳은 2536채 모집에 271명이 신청해 0.1 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경기지역 신청자는 10일에도 1285명(누적)에 그쳐 모집 가구 수의 절반을 가까스로 채웠다.


경기지역의 청약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비싼 분양가가 꼽힌다. 강남 2개 지구의 분양가는 지구가 3.3m²당 1140만∼1340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56∼59%에 불과하지만, 경기지역 4개 지구는 750만∼990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75∼80%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양가는 지난해 시범지구 때보다도 높은 수준인데, 최근의 집값 하락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경기지역은 머지않아 보금자리주택과 민간아파트의 시세가 비슷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금자리의 가장 큰 강점인 가격 매력이 사라지면서 청약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은 민간주택에는 없는 전매제한이나 거주의무 등 단서 조항이 많고, 경기지역은 입지 여건도 강남에 못 미쳐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 여기에 수급 요인도 작용했다. 2차 보금자리지구에 공급되는 전체 주택 5만7300채 가운데 강남권 두 곳에 들어서는 주택은 8800채에 불과하다.

○ 시장의 관심 다시 민간으로 돌아서나

보금자리주택의 이 같은 지역 간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주택시장 침체로 앞으로도 집값이 더 빠질 텐데 그에 맞춰 정부가 분양가를 한없이 낮출 수도 없는 만큼 경기지역 보금자리주택의 부진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보금자리로 쏠렸던 시장의 관심이 다시 민간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150만 채의 보금자리주택을 짓는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수도권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은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을 보금자리지구의 입지와 분양가를 결정해야 하는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3차 보금자리지구에는 강남권이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아 벌써부터 흥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이런 현상은 앞으로 진행될 신혼부부, 생애최초, 일반공급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고액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면 투자성을 고려해 강남권에 도전해볼 만하지만, 납입금액이 적거나 당첨 자체가 중요하다면 남양주나 구리 등 경기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