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김진호 GSK한국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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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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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켜면 비즈니스의 길 보여요”
시간 날 때마다 첼로 연주…음악적 감성으로 회사일 조율
간염퇴치 콘서트 10년째 열어…“北서 희망의 연주회 해봤으면”

김진호 GSK한국법인 대표는 어릴 때부터 첼로를 연주해 온 ‘수준급 연주자’다. 그는 “CEO는 다양한 악기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지휘자 같은 역할”이라며 음악과 경영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김재명 기자
김진호 GSK한국법인 대표는 어릴 때부터 첼로를 연주해 온 ‘수준급 연주자’다. 그는 “CEO는 다양한 악기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지휘자 같은 역할”이라며 음악과 경영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김재명 기자
196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축제 때 두 번이나 무대에 오른 학생이 있었다. 한 번은 베이스기타를, 또 한 번은 첼로를 들었다. 공부하기에도 바쁜 고등학생 시절에 두 개의 악기를 연주하던 이 학생은 지금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법인 대표와 첼로 연주라는 두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 ‘더 매직스’와 피아노 트리오

김진호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법인 대표(60)가 첼로 연주에 조예가 깊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을 때 김 대표는 첼로 이야기보다 고교 때 결성했던 록밴드 ‘더 매직스’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첼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시켜서 했고 기타는 혼자 어깨너머로 배웠다”며 “클래식 못지않게 롤링스톤스, 비틀스, 더 터틀스, 제퍼슨 에어플레인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당시 함께했던 멤버가 MC 임성훈 씨와 작고한 작곡가 최병걸 씨다.

베이스기타뿐 아니라 피아노도 연주할 줄 알았지만 가장 잘하고 좋아했던 것은 역시 첼로였다. 어려서부터 갈고닦은 첼로 연주솜씨를 바탕으로 이택주 현 이화여대 음대학장 등과 함께 피아노트리오를 만들어 학교 축제 무대에 올랐다.

지금은 첼로만 연주한다. 그는 “일 하랴, 첼로 연주하랴 바쁘다”며 “기타가 끼어들 틈이 없다”고 말했다. 출장을 가지 않고 집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첼로를 연주한다. 주중에는 1시간, 주말에는 3시간, 길게는 5시간 연습한다. 피아노를 전공한 부인과 하나의 곡을 놓고 서로 ‘싸우면서’ 연주하는 맛도 쏠쏠하다. 김 대표는 “아내가 옆에서 지적도 하지만 조언도 많이 해 준다”며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비즈니스는 음악이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악기 연주라는 감성적인 취미생활에 빠져도 괜찮을까. 그런데 김 대표는 “악기 연주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트럼펫 같은 악기는 소리가 크게 나는데 혼자 튀지 않게 하려면 각종 악기의 소리와 잘 조율해야 한다”며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를 조화시키고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자유롭게,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이끄는 것처럼 CEO도 그런 모습으로 회사를 조율하고 이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CEO”라고 대답했다. 직원이 어느 위치에 있건, 어떤 일을 맡고 있건 상관없이 그들의 현재 처지에 맞춰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CEO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보통 특정 지위나 업무를 맡은 사람은 하나의 언어만 쓰므로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와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새로 입사한 직원이라도 나와 이야기하는 데 벽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해서 그 직원의 가슴에 촛불을 켜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음악 콘서트 통해 사회공헌

음악 애호가인 CEO가 이끄는 회사답게 GSK코리아는 ‘B형 간염퇴치를 위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희망콘서트’를 10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이 콘서트는 간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매년 10월 20일 ‘간의 날’에 맞춰 서울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개최하고 콘서트 수익금 전액은 B형 간염 환자들을 위해 쓴다.

김 대표는 “10여 년 전 한국과 일본 등에서 B형 간염 유병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해가 지날수록 콘서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B형 간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져 가는 것을 보니 중간에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희망 콘서트를 계속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또 하나의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쉬즈 콘서트(SHE's Concert)’다. 5월에는 쉬즈 콘서트를, 가을에는 희망 콘서트를 열어 1년에 두 차례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콘서트 이야기가 나오자 김 대표는 조금 욕심을 냈다. “북한에서도 콘서트를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남한 사람이 북한에 가서 연주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의 연주가 안 된다면 대안은 비무장지대(DMZ)다. 김 대표는 “DMZ는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의 상징”이라며 “DMZ에서 콘서트를 한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가들이 다 오려고 할 것 같은데 클래식과 록, 국악이 한데 어우러진 콘서트를 가져보면 어떨까”라며 웃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진호 대표는

―1950년 서울 출생
―1977년 영진약품 입사
―1985년 영진약품 대표이사 사장
―1997년 ㈜한국그락소웰컴 사장
―2000년 GSK 대표이사
―2002년 GSK 아태지역 부사장
―2003년 한국제약협회 부이사장
―2004년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제4대 후원회장
―2007년 현 남북의료협력재단 공동대표
―2008년 GSK 아태 및 일본 지역 법인 총괄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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