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10년 만에 증시 돌아온다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부도-대주주 손바뀜 우여곡절 속
기술 제일주의로 오뚝이처럼 재기

오늘 신고서 제출, 내달 중순 재상장
공모가 8만원 안팎 결정될 듯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경기 평택시에서 가동 중인 브레이크ABS공장을 임직원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만도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경기 평택시에서 가동 중인 브레이크ABS공장을 임직원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만도
한라그룹의 모태인 ㈜만도가 10년 만에 주식시장으로 귀환한다. 만도는 16일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를 통한 주식분산 과정을 거쳐 5월 중순경 증시에 상장된다. 2000년 2월 12일 상장폐지 된 뒤 10년 만의 증시 복귀인 셈이다.

만도는 신군부에 의한 기업 강제 통폐합, 외환위기로 인한 모 그룹의 부도 등 굴곡 많은 한국 현대 경제사를 상징하는 회사다. 하지만 부도가 나도, 대주주가 여러 번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어도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평가 받고 있다.

만도는 자동차 제동장치, 조향장치, 쿠션장치 등 섀시시스템을 생산하는 부품 전문업체. 자동차 부품 중 엔진을 제외한 가장 중요한 부품 3가지를 모두 만드는, 세계적으로 드문 회사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보쉬도 제동장치와 조향장치를 생산할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사에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변정수 만도 사장은 “제동장치나 조향장치와 달리 쿠션장치는 마진율은 낮지만 고용유발효과가 크다”며 “섀시시스템을 일괄 생산하는 데다 기술력 대비 가격경쟁력도 높아 해외업체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만도는 세계 7개국 공장과 국내 3개 공장, 연구소에 ‘품질 제일’ ‘기술로 승부할 때’라는 구호를 걸어두고 있다. 최첨단 안전기술에 집중 투자해 버튼만 누르면 자동 주차되는 시스템을 개발 완료했고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술력이 한국 부품업체 중 가장 좋고, 특히 세계적 부품회사 가운데 만도처럼 직각 자동 주차시스템을 개발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는 만도의 공모가가 8만 원대를 전후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도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회사는 흔치 않다. 만도는 1962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이 세운 현대양행으로 출발했다. 당시의 주력은 원자력 발전설비 등을 만드는 중공업공장이었고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은 보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980년 신군부가 중공업공장을 강제로 빼앗아 한국중공업으로 만들었고, 이는 현재 두산중공업이 됐다.

정인영 회장은 회사가 당한 모진 역경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담아 ‘인간은 할 수 있다(Man Do)’는 의미의 만도기계로 사명을 바꿨다. 서울 사옥 집무실을 한국중공업이 보이는 곳에 두고 매일 되찾아올 것을 다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 충격 때문인지 1989년 뇌중풍에 걸려 이후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이때 붙은 그의 별명이 ‘휠체어의 오뚝이’.

뺏긴 공장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만도기계는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막 도약하려던 찰나 외환위기가 닥쳤다. 계열사인 한라중공업이 부도가 나자 지급보증을 섰던 만도기계도 부도를 낸 것. 이후 한라그룹은 만도기계를 포함해 팔릴 만한 모든 계열사를 매각했고 정인영 회장은 자택까지 내놓고 전셋집으로 들어갔다.

결국 만도기계는 ㈜만도로 이름을 바꿔 JP모간이 주축이 된 펀드 ‘선세이지’에 팔렸고, 만도기계의 또 다른 사업부문인 에어컨과 김치냉장고는 위니아만도로 이름을 바꿔 스위스 UBS은행에 팔렸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인영 회장의 둘째 아들 정몽원 회장은 한라건설, 한라콘크리트 등을 키우면서도 항상 만도에 눈길을 두었고 2008년 3월 KCC, 산업은행 등과 함께 만도를 되찾았다. 당시 홍콩에서 인수계약을 성사시킨 정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2006년 타계한 부친의 묘소를 찾았다.

변 사장은 “이번 상장은 단순히 만도가 증시에서 거래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며 “이번에 모은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종합부품회사로 도약하고 2013년까지 세계 50위권의 자동차 부품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