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개발에만 집착하다 웹게임 후발주자로 전락

  • Array
  • 입력 2010년 3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엔씨소프트-넥슨-한게임 등 국내 게임회사들, 중국산 게임 앞다퉈 수입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어
올해 국내서 3배 성장 전망
“새로운 트렌드 못읽어” 자성


지난해 3월 중국 게임개발사 룽투네트워크를 방문한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룽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무림제국’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픽은 단순했고 기술도 대단치 않았지만 게임의 몰입도가 대단히 높았던 것. 무림제국은 인터넷 브라우저만 있으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웹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룽투네트워크와 계약을 하고 지난해 12월 말 무림제국을 국내에 들여왔다. 현재 무림제국의 동시 접속자 수는 1만 명 이상, 한 달 평균 3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웹게임 유통에 뜻을 가진 것은 지난해 1월부터였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을 몇 가지 만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웹게임을 수입하는 것이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다. 전략마케팅실 신사업기획팀 김지인 차장은 “중국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웹게임을 개발해 와 국산보다 수준이 앞서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무림제국에 이어 5월에는 역시 중국 산다게임스의 웹게임 ‘배틀 히어로’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 불어 닥친 웹게임 열풍.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그동안 한국 게임시장에서는 ‘스타크래프트’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제외하면 해외 게임은 별로 주목을 못 받았다. 그래픽과 시나리오 면에서 국내 온라인게임의 수준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웹게임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까지 국내에 소개된 중국산 웹게임은 약 10개인데 올해 안에 10개가량이 추가될 예정이다. 특히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 메이저 게임 개발사나 유통회사들이 앞 다투어 중국 웹게임을 들여오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 시장에서 국산 웹게임의 비중은 20%가 채 안 된다.

‘카트라이더’나 ‘버블파이터’ 등 10대들이 좋아하는 캐주얼액션게임을 내놓던 넥슨도 30, 40대를 겨냥한 중국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열혈삼국’을 들여와 3일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넥슨 퍼블리싱PM팀 노정환 팀장은 “중국 웹게임은 국내 온라인게임처럼 이미 부분 유료화 모델을 만들었을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게임 유통업체인 NHN 한게임도 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신작 게임 7개를 발표했는데 그중에는 중국 조이포트의 전락시뮬레이션게임 ‘로스트’가 있었다. 한게임 집중프로젝트그룹 조현식 부장은 “웹게임의 소비자는 ‘게이머’가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 전부”라며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중심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웹게임 이용자 수는 40만∼50만 명. 업계에선 지난해 국내 전체 매출이 100억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온라인게임 매출이 약 3조5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웹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3배인 올해 약 3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웹게임은 또 초고속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 컴퓨터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넷북에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선발주자 격인 중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의 ‘중국 웹게임 산업 발전 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웹게임 이용자 수는 2008년 900만 명에서 2010년 201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 김 차장은 “중국 웹게임이 단순한 ‘1세대 웹게임’이라면 현재 국내 개발사들은 기존 온라인게임과 접목시킨 ‘2세대 웹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작을 통해 큰 수익을 노리다 보니 웹게임은 무시해 온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콘솔 게임을 고집하다가 온라인게임에서 후발주자가 된 일본 상황과 비슷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게임의 정욱 대표대행은 “중국이 (웹게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웹 게임(Web Game)

인터넷 브라우저를 플랫폼으로 하는 게임.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 기존 온라인게임과 달리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은 온라인게임보다 떨어지지만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현재 중국 독일 등이 웹 게임을 주도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