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發 가격전쟁’ 물가안정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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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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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생필품 인하경쟁 한달 점검

효과 있다 - “삼겹살 등 민감 품목 비중은 적지만 도움돼”
효과 없다 - “3만개 중 20개만 내려… 실질적 영향 크지 않아”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지난달 7일 일부 핵심 생필품의 가격을 내리며 ‘가격인하 전쟁’을 시작한 지 3일로 4주가 된다. 그간 과열 양상을 빚은 대형마트 가격인하 전쟁은 전체 소비자물가를 떨어뜨리는 데 얼마나 기여했을까.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올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올해부터 2012년까지 중기 물가 목표로 잡은 ‘3.0±1%’에 꽉 차는 수치다. 지난해 11월(0.2%)과 12월(0.4%)에 이어 석 달째 오름세다.

대형마트 가격인하의 ‘약발’이 세지는 않았던 걸까. 미국 ‘월마트 이펙트’(월마트의 가격인하가 전체 물가를 하락시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는 효과)에서 따온 ‘이마트 이펙트’는 국내 실정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 이마트 이펙트는 ‘미미하지만 있다’

이마트가 지난달 가격을 내린 생필품목 22개 중 대걸레와 콘푸로스트를 제외한 20개는 통계청이 매달 소비자물가를 조사하는 489개 품목에 들어있다. 통계청은 38개 주요 도시에 있는 2만2000개 소매 점포(백화점과 대형마트 포함)를 대상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뒤 가중치를 부여해 소비자물가를 산정한다.

이 가중치는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액을 1000으로 잡았을 때 각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번 대형마트 가격인하 품목 중에선 삼겹살과 목심 등 돼지 정육의 가중치가 7.5로 가장 높았고 우유(5.6), 주스(2.7), 라면(2.5) 등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시점이 주로 대형마트 가격인하(1월 7일) 이후였기 때문에 1월 소비자물가에는 대형마트 가격인하 효과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인하 품목 20개의 가중치 합(32.4)이 전체 소비자물가 가중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4%(32.4/1000)에 불과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규모가 ‘이마트 이펙트’를 논할 만큼 충분히 큰지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대형마트 업계 매출은 약 30조9000억 원으로 국내 전체 소매시장 매출(182조4000억 원)의 16.9%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정책 당국은 ‘이마트 이펙트’에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은 석유류가 주도한 측면이 크고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가 생필품 물가 안정에는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 판단하기엔 이른 ‘착시효과’?

유통업계에선 이마트의 가격인하가 기존 유통 관행의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생색내기용 이벤트로 끝날지 기로에 선 시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정희 한국유통학회장은 “이마트 이펙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이마트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제조업체의 불신이 커지고 제품의 질은 떨어져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의 착시 효과를 노린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액티브 상품’을 통상 3만 개 정도로 추정하는데 그중 20여 개 품목의 가격을 내려서는 실질적 물가인하 효과가 생겨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운 한은 조사국 물가분석팀장은 “대형마트의 삼겹살 가격이 크게 떨어져 대형마트 이용자들의 체감 물가는 떨어졌을 수 있지만, 전체 소비자물가를 낮출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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