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도로에 나올 전기차, 직접 몰고 시내 다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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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느려도 ‘무난’… 충전하기는 ‘난감’
속도 못내는 도심주행 ‘OK’
반포∼마포 18km 달리니 충전계 10칸 중 1칸 줄어
충전 콘센트 확보 쉽지않아

3월 말부터 일반도로 주행을 할 수 있게 되는 CT&T의 저속전기차 ‘e존’을 타고 26일 서울 시내를 돌아봤다.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주변을 달리는 모습. 홍진환 기자
3월 말부터 일반도로 주행을 할 수 있게 되는 CT&T의 저속전기차 ‘e존’을 타고 26일 서울 시내를 돌아봤다.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주변을 달리는 모습. 홍진환 기자
《3월 말부터 저속(低速) 전기자동차가 서울 시내 도로를 달리게 된다. 3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자동차관리법과 시행령에 따라 제한속도 60km 이하의 도로에서 저속 전기차 운행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전체 도로 중 80∼85%에서 운행이 가능하다. 가격이 소형차 수준이고 전기료도 월 1만 원 안팎으로 낮지만 전기차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차 회사 CT&T의 2인승 모델 ‘e존’을 운전하고 서울 시내를 다니며 장단점을 살펴봤다.》

○ 도로 주행에는 별문제 없어


CT&T는 현재 차량 시험운행 중이며 3월 중순부터 이 모델에 대한 일반판매 사전계약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격은 정부의 구매보조금 지원이 없을 경우 일반 납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이 1300만 원대, 리튬이온 배터리 모델은 1900만 원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옵틱스도 미국의 전기차회사 잽(ZAP)과 손잡고 올해 상반기에 차량을 판매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이 밖에 에이디모터스 등이 저속 전기차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저속 전기차는 가까운 곳을 반복해 다니며 배달을 하는 동네 음식점, 우체국, 관공서 등에서 주로 구입할 것으로 보인다.

e존은 최고 속도가 시속 60∼70km, 한 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50∼60km(리튬이온 배터리는 110∼120km)다. 2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CT&T 본사에서 e존 리튬이온 배터리 모델의 충전 게이지 10칸을 모두 채운 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거쳐 서울 마포구 현석동 G아파트 단지까지 모두 18km가량을 달려봤다.

도로 주행은 별문제가 없었다. 반포대교를 넘을 때는 다른 차의 속도가 빨라 교통 흐름보다 다소 늦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부분의 구간에서 교통 흐름이 시속 60km 이하여서 일반 차량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신호대기를 하다 출발할 때나 오르막길에서의 발진 능력도 일반 차량에 전혀 뒤지지 않아 다른 차의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차체가 워낙 작아 버스나 트럭 옆을 지나가면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반 차량 운전자나 행인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시선도 약간 부담스러웠다.

○ 충전 가능한 주차공간 확보 중요

중간 지점인 동아미디어센터를 들러 현석동으로 향했다. 평소 현석동으로 갈 때에는 마포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를 이용했지만 저속 전기차는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 일반 도로로 G아파트 단지에 갔다. 자동차전용도로 외에도 저속 전기차가 다닐 수 없는 길과 그 우회로가 어디인지 운전자들이 모두 알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저속 전기차의 주행이 허용되지 않는 구간을 고시하고 표지판을 세우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가 만들 풀스피드 전기차에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다.

G아파트 단지 지상주차장에는 콘센트가 보이지 않았지만 지하주차장에는 콘센트가 꽤 많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 모두 열선을 켜고 18km를 달리는데 충전 게이지는 한 칸밖에 줄지 않았다. 마침 빈자리가 있어 3m 길이의 충전 케이블을 연결했다. 하지만 평소 퇴근 시간 이후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는 것을 생각하면 저녁 늦게 차를 몰고 왔다가 콘센트 옆 공간을 찾지 못하면 낭패겠다 싶었다. 곳곳에 주유소가 있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주행 중 충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e존의 경우 일반 완전 충전에는 최대 4∼5시간, 급속 충전에는 최대 20분이 걸린다. 급속 충전을 하려면 설치비가 500만 원 이상 드는 전용 충전기가 있어야 하고, 차량 배터리도 값비싼 리튬 계열이어야 한다. 동승한 백인영 CT&T 상무는 “장애인 주차구역처럼 아파트 단지 등에서 콘센트 옆자리를 전기차 주차구역으로 지정하게 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충전 요금이 월 1만 원에 불과하다고 해도 공동 전기로 매번 차를 충전할 수는 없어 별도의 과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공공기관-공영주차장에 충전시설 설치해야
법 개정 필요… 업계선 배터리 통째 교환도 검토

전기자동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도로법과 주차장법 등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는 지난달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방안 연구’에서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을 확대하려면 도로법, 주차장법, 주택법, 건축법 등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상주차장에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면 도로법과 시행령 등을, 전기차 전용주차구획을 지정하려면 주차장법 등을, 공동주택 주차장에 일정 비율 이상으로 전기차 주차구획을 의무화하려면 주택법 등을 손봐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충전기 보급과 관련해서는 먼저 올해와 내년 전기차 보급대수와 같은 수준으로 각 공공기관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이후 공공장소로 충전기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 뒤 2012년에는 공영주차장 공원 등에, 2013년에는 종합병원 쇼핑센터 등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점차적으로 전기차 보급대수보다 더 많은 충전기를 주요 지점에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전기차가 보편화되면 현재의 주유소 개념인 급속 충전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노 등 일부 자동차회사는 도로 곳곳의 교환소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통째로 바꿔 충전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교환방식에 대해 “배터리 표준화가 필수적”이라며 “자동차마다 배터리 장착 위치나 배열이 유사해야 하므로 전기차 보급 초기보다는 보급이 활성화된 이후를 목표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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