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실버 사장님]가구업체 ‘무리빙&소파’ 김무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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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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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능력 30%만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생활가구 유통판매업체 ‘무리빙&소파’의 김무영 사장(57). 집 앞(인천 계양구 계산동) 다세대주택 지하공간에 있는 그의 30여 평 작업실에는 식탁과 의자가 조립하기 전 상태로 가득 들어차 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작업실은 추웠다. 겨울에 따듯하고 여름엔 시원한 작업실을 갖출 여유가 없다고 했다. 홀로서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음이 느껴졌다. 그래도 사업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연 매출 1억5000만 원, 순수익 50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대기업 연구소 다니던 시절이 그립지 않다고 했다.》
자동차 설계 20년… 대우신화 무너지며 ‘거리로’
4년간 가구회사 근무 노하우 익혀… 2004년 마침내 창업
年매출 1억5000만원… “대기업 시절 그립지 않아요”

○ 48세에 20년 다니던 회사 퇴직

생활가구 유통제조업체 ‘무리빙&소파’를 창업한 김무영 씨는 창업 전 수습 기회를 얻으려고 자동차 회사를 퇴직한 후 중견 가구 제조업체에 들어갔다. 김 사장은 집 앞 다세대주택의 30평 남짓한 지하 작업실에서 반제품을 조립하고 배송하는 작업을 도맡아 한다. 홍진환 기자
생활가구 유통제조업체 ‘무리빙&소파’를 창업한 김무영 씨는 창업 전 수습 기회를 얻으려고 자동차 회사를 퇴직한 후 중견 가구 제조업체에 들어갔다. 김 사장은 집 앞 다세대주택의 30평 남짓한 지하 작업실에서 반제품을 조립하고 배송하는 작업을 도맡아 한다. 홍진환 기자
김 사장은 대우자동차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20년 동안 자동차를 설계했다. 대우차가 1997년 우크라이나에 공장을 세우고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를 서유럽에 팔기 시작했을 때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현지 자동차연구소장으로도 일했다. 1998년 대우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현지 연구소 문을 닫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일거리는 없었다. 김 사장은 “‘대우차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일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2년 동안 여러 창업 아이템을 놓고 고민한 끝에 가구 유통·제조업으로 마음을 굳혔다. 가구 유통·제조업은 부친이 가내수공업으로 하던 일이었다.

○ 창업 수습기간 4년 가져

맨땅에 헤딩하듯 창업할 수는 없었다. 2001년 대우차를 퇴직하고 장인가구에 입사했다. 창업을 전제로 한 수습기간을 갖자는 전략이었다.

그는 장인가구에서 일하면서 가구 유통·제조의 노하우를 배웠다. 또 해외 사업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기획, 마케팅, 광고 및 제품 판로 확보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게 4년 가까이 일하고 2004년 8월 드디어 창업에 나섰다.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1인 기업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말레이시아와 중국 소재 해외 파트너에게서 반제품을 납품받은 뒤 이를 배송, 조립, 설치하는 작업을 혼자서 한다. 휴일에는 직장 다니는 두 아들이 배송과 설치를 도와준다. 인건비가 들지 않고 자재 박스, 택배비 이외 부대비용이 거의 없다.

○ 직장 경험이 창업에 큰 도움 돼

창업 전에는 대우차에서 일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받은 사내 교육과 업무 경험은 창업 이후 해외 파트너 선정, 품질관리, 회계 등 경영 전반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외국어 공부를 틈틈이 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김 사장은 “대우차 시절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사내 교육을 통해 익혔는데, 그것이 해외 업체 관계자와 만날 때 무척 요긴하게 쓰였다”고 말했다.

○ 느리게 작게, 내 능력의 3분의 1만

김 사장이 늘 강조하는 것이 ‘느리게, 천천히’다. 퇴직한 시니어들은 전에 사장, 임원이었던 것을 떠올리며 창업할 때도 그럴듯하게 시작하려 하는데, 그러지 말고 자신이 가진 능력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3년 만에 뭔가 보여주겠다는 것은 독단이자 욕심”이라며 “5년이나 10년을 보고 느리게 꾸준히 해야 하고 무엇보다 건강이 재산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지금 굴릴 수 있는 돈이 2억 원 정도 있다면 5000만 원짜리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 미처 예상하지 못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직장생활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이제는 내가 사회를 돕고 싶다”며 “인천시 문화관광해설사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 여기서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연상 인턴기자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 소호진흥협회 박광회 회장이 본 ‘김무영 사장 성공 요인’
조바심 안내고… 목표 낮추고… 체면 잊고


무리빙&소파의 김무영 사장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안정된 직장에 있을 때부터 퇴직 이후 삶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준비를 해 왔다는 점에서 귀감이 된다. 직장에 몸담고 있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지만 한때의 생각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계획을 갖고 실제로 준비해 왔다는 점, 그것도 창업에 필요한 훈련과정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는 점이 첫 번째 성공 요소이다.

두 번째 성공 요소는 퇴직 후 곧바로 창업하지 않고 상당 기간 사업 준비를 해왔다는 점이다. 시니어 창업은 직간접 경험이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고급 인력일수록 조직에서 이탈되는 순간 사회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창업시장에서 고전을 하기 쉽다. 따라서 경력 보완 목적의 재취업이나 타인의 창업을 체험하는 과정을 겪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영업 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사무직 퇴직자들이 이전 경력이나 인맥을 활용해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준비 없이 외식업 프랜차이즈에 덜컥 가맹했다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세 번째 성공 요인은 목표시장을 명확하게 잡고 특정 시장에서 최강자가 된 것이다. 시니어 창업은 목표시장을 작게 잡는 것이 유리하다. 가구 산업은 분야가 넓고 아이템의 확장이 용이하다. 쇼핑몰 사업을 하면서도 손쉽게 아이템을 추가해 다양한 고객들에게 백화점식 상품 구색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김 사장은 소파와 식탁만을 전문으로 했다.

네 번째 성공 요소는 본인이 만족하고 있는 뚜렷한 가치 기준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시니어 창업은 벤처 창업과 목적이 다르다. 벤처는 고위험, 고수익을 전제로 전력투구하나 시니어 창업은 비교적 위험 요소가 낮은 분야와 업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사업에만 전력하기보다 일과 여가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적합하다. 김 사장은 추구하는 가치 기준이 자기 시간을 최대한 갖고 이를 통해 사회봉사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쉬운 것은 온라인 네트워킹이 조금 빈약하다는 점이다. 블로그, 트위터를 비롯한 다양한 네트워킹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박광회 사단법인 한국소호진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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