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이 쫓기듯 창업 ‘백전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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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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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장생(長生)의 리스크’, 즉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퇴직했거나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는 50대 이상 시니어 계층의 상당수가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장생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창업실패율이 50%를 훌쩍 넘어서는 현실에서 직장생활만 했던 시니어들이 창업에 성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만이 성공으로 인도하는 ‘골든 룰’임을 명심해야 한다. 퇴직을 코앞에 두고 급한 마음에 모양새만 갖추는 식으로 준비를 한다거나 별다른 준비도 없이 퇴직하자마자 쫓기듯 창업부터 하고 보는 것은 금물이다. 은퇴 이후 10년, 20년을 준비한다는 장기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필자의 지인은 4년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쳐 실내골프연습장을 창업했다. 이 기간에 그는 ‘국민생활체육 골프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고, ‘USGTF’(미국 골프 티칭프로) 자격도 획득했다. 현재 부인과 함께 실내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 등을 운영하며 여유 있게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평소 자신의 취미나 오랫동안 익혀온 전문성을 살려 창업으로 연결하는 것도 좋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장생의 리스크도 대비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경기 군포시에 거주하는 유모 씨는 취미이면서 특기였던 색소폰 연주 실력을 살려 색소폰 강습학원을 차렸다. 학원 운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노인정이나 교도소 등 음악을 통한 사회봉사도 하면서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다.

시니어 창업자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사전 준비는 철저히 했으나 경영전략이나 세무·회계, 마케팅 등 경영관리 기법에 대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이다. 사전 준비 과정에는 이러한 부분들도 포함돼야 한다. 세무나 회계 등 전반적인 재무교육을 받는 것도 좋고, 창업에 대한 법률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창업자금 지원이나 저금리 대출상품 등 금융지원 사항 등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은퇴연령이 낮아지고 연금생활자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은퇴자의 높은 복지 의존도가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시니어 창업은 은퇴자 스스로 경제력을 가지게 함으로써 이러한 사회적 부양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중기청을 중심으로 시니어창업 발전포럼을 구성하는 등 시니어를 위한 정책개발이 한창이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니어들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창업 준비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진수 중앙대 창업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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