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 1고로 첫 가동…국내 일관제철 경쟁시대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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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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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33년만에 4전5기… ‘차에서 쇳물까지’ 꿈 이뤄
내년 2고로 포함 연산 800만t
오염배출 최소화 녹색 제철소

고로에 불 붙이는 정몽구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1고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날 화입식으로 본격적인 쇳물 생산에 돌입한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철광석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하는 국내 두 번째 일관제철소가 됐다. 사진 제공 현대제철
고로에 불 붙이는 정몽구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1고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날 화입식으로 본격적인 쇳물 생산에 돌입한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철광석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하는 국내 두 번째 일관제철소가 됐다. 사진 제공 현대제철
5일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당진공장. 섭씨 영하 5도를 밑도는 추위에 눈발도 흩날렸다. 전날 폭설로 공장 지붕과 마당이 온통 눈밭이었고 110m 높이의 고로(高爐) 공장에는 쌀쌀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시종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현대제철 임직원의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고로 아래쪽 풍구(風口)로 횃불을 밀어 넣었다. 축포가 터지면서 정 회장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현대제철은 이날 연생산량 400만 t 규모의 제1기 고로의 화입(火入)식을 가졌다. 화입식은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 있는 고로 하단부에 처음 불씨를 넣는 행사다. 고로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2006년 10월 27일 착공식 이후 3년여 만의 일이다.

이날 불을 붙인 고로에서는 6일 오후부터 첫 쇳물이 나온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그룹은 쇳물 생산부터 열연강판(현대제철)과 이를 가공한 자동차용 강판(현대하이스코), 완성차(현대·기아차)를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를 이루게 됐다. 또 현대차그룹은 일관제철소까지 소유한 유일한 자동차회사가 됐다.

일관제철소 건설은 정 회장의 부친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현대가(家)의 꿈이었다. 1977년 고 정 창업주가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했다가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등 네 차례나 좌절을 겪었다. ‘4전5기’에 도전하는 만큼 고로에 대한 정 회장의 관심과 애정은 남달랐다. 아버지의 유지를 완성한다는 사명감도 컸다고 알려졌다. 매주 두세 차례 당진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했고 주말에도 수시로 현장을 찾았다. 정 회장은 이날 화입식에서 “고로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번 일관제철소 완공으로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용광로 제철회사’가 됐다. 제1고로는 3개월간 시험생산을 거쳐 4월 공식 준공식을 갖고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내년 제2고로까지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연간 800만 t의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포스코의 생산능력 3378만 t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국내 철강시장이 ‘고로 경쟁체제’로 바뀌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내년에 제2고로가 완공되면 연간 80억 달러의 철강 재료 수입 대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2894만 t의 철강 재료를 일본 중국 등에서 수입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는 세계 최초의 ‘밀폐형 친환경 제철소’다. 원료 하역부터 이송, 보관, 고로 장입까지 모두 밀폐형 설비로 운영된다. 부두로 옮겨진 철광석은 밀폐형 하역기와 컨베이어벨트로 이송돼 기존 설비보다 먼지와 소음을 크게 줄였다. 일반적으로 원료를 야적하는 기존 제철소와 달리 돔 형태의 원료 보관소도 따로 지었다. 설계 단계부터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친환경 설비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5300억 원으로 총 투자비 5조8400억 원의 9.1%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당진=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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