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내년 각국 물가상승 ‘동조화’ 경계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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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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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 쓰는 커플링(Coupling)이라는 용어는 동조화를 뜻한다. 경제 변수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커플링의 반대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특정 변수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용어들이 주목 받게 된 것은 2008년 시작된 미국 경제의 둔화 때문이다. 미국의 성장이 느려지는 가운데 이머징(신흥) 국가가 혼자만의 힘으로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한동안 신흥 국가의 견조한 성장 덕분에 디커플링 현상은 유지되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심각한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결국 동반 침체라는 커플링의 길을 걷게 됐다. 이로써 세계 경제의 디커플링은 어렵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얻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국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신흥 국가는 고성장을 기록하며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과도한 빚 부담에 시달리는 미국에 비해 건전한 경제 여건을 갖춘 신흥 국가는 정부 정책에 기대 탄력적인 회복을 보였다.

올해 나타났던 또 다른 디커플링은 물가지표들의 차별화이다. 달러 약세 속에서 유가와 상품가격은 급등했지만 각국의 소비자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비용 측면의 인플레 압력과 최종 소비자물가 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10년에는 2009년의 디커플링 현상이 커플링 현상으로 전환될 것인가, 커플링이 된다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가 중요해 보인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그동안 부진했던 미국이 좀 더 뚜렷한 경기 회복을 보이며 세계경기 회복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침체 국면으로 재진입하기보다 동반 성장하는 커플링의 형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신흥 국가의 고성장 효과가 미국에 파급되고 미국 내부에서도 부동산 버블과 부채 부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면서 민간 주도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커플링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지표 간의 동조화 현상도 2010년 중에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가격의 상승 효과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확산되면서 주요 국가들의 물가는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국가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국가의 물가지표는 오름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각국의 경기 회복과 물가 흐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볼 때 2010년의 금리정책 역시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올해의 금리정책이 국가 간에 차별화된 반면 내년엔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주요 국가들은 정책금리의 정상화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한 발짝 다가서지 않을까.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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