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오락가락 한은 금리 코멘트, 시장 불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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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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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투자자들은 또 한 번 혼란을 겪었다. 한국은행 총재가 11월과는 완전히 상반된 견해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인상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인식을 심어줬던 11월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수사(修辭)로 조기 정책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당연히 금리 인상 전망으로 금리가 크게 올랐다.

문제는 이번에만 이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데 있다. 8월 금통위 이후에도 한국은행 총재는 7월과 사뭇 다른 매파적 발언으로 채권시장에 충격을 줬다. 반대로 10월과 11월에는 8월과 9월의 매파적 견해를 거둬들여 금리 하락을 유발한 바 있다. 한마디로 의견이 반복적으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총재로서도 할 이야기는 많을 것이다. 총재의 발언은 교과서적인데, 시장이 과민 반응한다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진 시장이 같은 문제를 놓고 반복적으로 실수를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현 한국은행 총재는 조만간 임기 만료를 앞둔 ‘말년’ 총재다. 의도와 다른 시장 반응을 유발할 정도로 경험이 부족할 리 없다.

아마 그보다는 시장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런 식의 발언을 한다는 것이 총재의 내심일 가능성이 높다. 즉,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과하면 ‘내가 언제 곧 인상한다고 했었나’, 정책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란 기대가 과하면 ‘내가 언제 인상이 늦어진다고 했었나’라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접근 방법이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은행은 입장을 바꿀 때마다 나타나는 시장의 격렬한 반응 때문에 자신들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은 통화당국이 내린 최근 의사 결정이 언제 어떤 식으로 다시 바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러면 정작 중요한 시기에 통화당국의 결정이 시장에 제대로 투영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정책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올리지 못하는 다른 속사정이 있어서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금통위 때마다 많은 정부 관계자들이 금리 정책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앙은행의 신뢰를 손상할 만한 행동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제대로 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든가, 아니면 금통위 이후 열리는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없애고 미국처럼 통화정책 방향 문건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든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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