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美저금리 기조와 한국 통화당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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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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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올해 중반 4% 선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3.3%대로 낮아졌다. 단기금리 하락은 더 인상적이다. 8월 1.3%로 올랐던 2년 만기 국채금리는 현재 0.7% 수준이다. 하반기에 들어설 때만 해도 경기 회복에 발행 물량 증가, 10월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국채 매입 중단을 이유로 금리가 오를 것이란 견해가 많았는데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왜 시장의 예상과 달리 미국 금리가 하락하는 것일까. 결국 경제 상황이 문제다.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는 국내외 채권 투자자들의 당초 예상보다 매우 느리다. 그나마 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자신감이라도 있다면 다를 텐데 지속성에 대한 의심도 많다. 실업률이 이미 두 자릿수로 오르면서 가계 소비 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진한 소비 덕에 디플레이션 압력도 여전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로 아직 마이너스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금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돈을 꿔서 사업을 벌이거나 부동산을 사서 수익을 내기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가 낮으니 어떻게든 돈을 꾸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돈을 안 빌려 준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정부나 일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쪽으로만 수요가 몰린다. 그래서 금리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은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가계나 기업의 대출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 그래야 달러화 약세가 유지돼 수출에 도움을 주고 디플레이션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수시로 달러화 강세를 지지한다고 얘기하지만 내심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미국의 저금리 기조는 한국 경제정책이나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국내에서도 팽창적 통화정책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유지될 수 있다. 달러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면 원화 가치 강세 압력도 누적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금리를 올리고 원화 강세를 감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글로벌 경제 회복이 느리기 때문에 그랬다간 자칫 수출에 나쁜 영향만 더 줄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해외 자금 유입이 꾸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인 나라 중 하나고 원화 가치는 그동안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저평가돼 있다. 외국인 시각에서 보면 좋은 투자 기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정책의 성장 기여도가 줄면서 분기별 성장률이 올해 2, 3분기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환율이 많이 내린 점도 수출에는 부담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늦어지고, 글로벌 자금의 국내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자산가격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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