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조기 민영화론’ 힘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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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보유 자사주 매입 → 대기업과 자사주 맞교환 → 합병-분산매각”

‘우리금융지주가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인수(자사주 매입)→대기업과 자사주 맞교환→합병 및 지분 분산매각 동시 추진.’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보가 24일 지분 7%를 매각한 것을 계기로 이런 내용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금융계의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 금융시장을 2, 3개의 대형 은행 중심으로 서둘러 재편하려면 현재 구상 중인 민영화 단계를 대폭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 66% 중 경영권과 상관없는 소수지분인 16%를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판 뒤 경영권을 뜻하는 지배지분인 50%+1주를 매각해 민영화를 이룬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소수지분을 판 뒤 3개월 이내에 추가로 지분 매각이 힘든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 민영화는 빨라야 2011년 이후에나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선 소수지분을 조기 매각하기 위해 우리금융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내년 초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해 1조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예보가 보유한 8% 안팎의 지분을 사들인 뒤 이 지분을 포스코, KT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기업의 주식과 맞교환한다는 구상이다. 주식 맞교환 이후 남아 있는 소수지분 8%를 추가 매각하면 예보에는 우리금융의 지배지분(50%+1주)만 남게 된다.

지배지분만 남은 단계에서는 다른 금융지주회사와의 합병과 지분 분산 매각이라는 두 가지 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이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와 대등한 조건으로 조직을 합치면 정부 지분이 종전의 절반 수준인 20∼30%대로 줄어 합병만으로도 민영화 효과가 상당 부분 나타나게 된다.

지배지분을 5∼9%로 나눠 국민연금, 사모펀드, 각종 공제회 등에 매각해 과점적 대주주그룹을 형성하면 정부 지분을 완전 처분할 수 있다. 지분이 너무 잘게 쪼개진 채 흩어져 있는 점이 경영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일부 금융지주회사에 비해 과점적 대주주그룹체제는 대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경영자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시장이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알게 됐을 것”이라며 “소수지분을 다 팔기 전이라도 지배지분을 팔 수 있도록 하는 등 민영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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