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車특허, 내연기관 지고 친환경 - IT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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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하이브리드 - 전기자동차 기술 출원 급증

녹색 바람을 타고 자동차업계의 특허기술이 내연기관 대신 ‘친환경’과 ‘정보기술(IT) 융합’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기관은 엔진이나 변속기(트랜스미션) 등에서 기술적 한계에 이르렀지만,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차는 미개척 기술분야가 많고 전망도 밝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이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 제출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특허 출원건수 가운데 ‘대체 동력’ 기술(1만5077건)은 2003년 대비 120% 급증해 상승률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청정디젤 등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차 기술에 이어 △자동차 보안시스템(6793건) 84% △내비게이션 시스템(1만5761건) 73% △안전 시스템(1만2934건) 50% △엔터테인먼트(인터넷, 동영상 등) 시스템(5331건) 47% △조향장치(7857건) 46%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보안과 내비게이션, 안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은 모두 IT와 자동차공학기술을 접목한 대표적인 분야다. 예를 들어 자동차 소유주가 열쇠를 쥐고 차 가까이에 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보안 시스템은 무선전파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IT융합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4일 선보이는 준대형 세단 ‘K7’에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차에 접근하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펴지면서 손잡이 조명등이 켜지고 소리가 울리는 ‘웰컴 시스템’을 세계 처음으로 적용했다. 현대자동차도 신형 쏘나타에 3세대 무선통신망인 WCDMA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차량 상태를 진단한 뒤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가까운 정비소로 길을 안내해 주는 ‘모젠 오토케어’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처럼 IT융합에 따른 자동차부품의 전자제품화 비중이 2015년경 전체 부품의 약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내연기관의 기술개발 우선순위는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연기관의 주축인 변속기의 특허출원 증가율은 32%, 현가장치(서스펜션)는 30%로 각각 9, 10위에 그쳤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완전히 사라지는 대신 연료전지와 모터가 들어간다. 서스펜션도 기존의 유압식은 없어지고 모두 전기식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KIET 이항구 팀장은 “내연기관 기술은 더는 획기적인 발전이 어려울 정도로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며 “자동차회사들이 미개척 분야인 친환경과 IT융합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친환경차(대체 동력) 특허 분야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총 464건의 특허를 등록해 2003년보다 18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혼다(348건)나 GM(261건)보다 앞서지만 하이브리드차 1위 업체인 도요타(2379건)에는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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