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안목에 과시성향… 역동적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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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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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차업체 CEO가 본 한국 고객은

올해 수입자동차 시장은 어느 해보다 굴곡이 심한 ‘롤러코스터’에 종종 비유된다. 연초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환율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10월 이후로는 판매가 살아나면서 차가 없어 팔지 못하는 상황도 전개됐다. 이런 ‘다이내믹’한 시장을 경험한 국내 수입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 수입차시장을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 이들은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수입차시장의 특징으로 ‘과시 성향 소비’와 ‘수준 높은 안목’을 꼽았다. 내년에는 시장이 더 세분되고 대중 브랜드가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 자동차 보는 눈 높은 한국 소비자

안영석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국내 수입차 고객에 대해 “실용적인 면보다는 ‘남을 의식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옵션에 대해서도 강한 애착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비싸고 고급스러운 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잘 팔린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개방 초기 대형 고급세단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중저가·소형차보다 대형 고급차가 많이 팔리는) ‘항아리형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입차 시장 저변이 넓어지면서 점차 소형차가 많이 팔리는 ‘피라미드형’ 구조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의 안목을 높게 평가하는 CEO도 많았다. 그만큼 까다로운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을 꺼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소비자 안목이 세계 시장의 흐름을 앞서가는 만큼 수입차 브랜드들에 있어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필립스 한국닛산 대표도 “한국 고객들은 차를 살 때 세밀하고 다양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했다. 도요타 본사의 후노 유키토시(布野幸利) 부사장은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차를 보는 눈이 매우 높아 시장 규모는 작지만 차종은 굉장히 다양하다”고 치켜세웠다.

○ 내년 키워드는 ‘세분화’와 ‘대중 브랜드’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대표는 ‘꾸준히 성장한다’는 점을 한국 수입차 시장의 특성으로 꼽았다. 실제로 수입차 점유율은 2003년 1.91%에서 1년에 1%포인트꼴로 높아지면서 지난해에는 6.04%에 이르렀다.

내년 시장 상황에 대해 수입차업체 CEO들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한국 수입차 시장은 규모가 커지면서 종전 ‘고급차’ 중심에서 벗어나 세분하는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훈 사장은 “무조건 비싸고 큰 차보다 합리적인 차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기존 시장이 국산차와 수입차로 양분돼 있었다면 이제는 시장 주류가 국산차와 유럽차, 일본차 등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효준 대표는 “‘세그먼트 다양화’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고, 안영석 사장은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대중적인 브랜드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는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엔화 강세 현상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일본차 업체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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