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QLO,‘빨리 빨리’ 패션 재고없는 경영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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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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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긴자 매장서 본 ‘혁신’

日 ‘잃어버린 20년’ 견디며 디자인-생산-판매 속도전
7개국 887개 점포망 구축… 작년 매출 9조원 문턱까지

9일 일본 도쿄 유니클로 긴자점 내부. 올해 인기 상품인 패딩코트와 히트텍, 후리스 등 중저가 방한 의류들이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도쿄=김선미 기자
9일 일본 도쿄 유니클로 긴자점 내부. 올해 인기 상품인 패딩코트와 히트텍, 후리스 등 중저가 방한 의류들이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도쿄=김선미 기자
9일 일본 도쿄(東京) 유니클로 긴자(銀座)점. 지난달 초 유니클로가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 씨와 협업해 선보인 ‘플러스 제이(+J)’ 라인 옷들은 인기가 높았다. 에미 후지 유니클로 긴자점 바이어는 “플러스 제이를 찾는 수요가 워낙 많아 고객 한 명이 같은 디자인을 한 개만 살 수 있게 했다”며 “유니클로의 이런 제한적 판매 방침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자매회사인 ‘카빈’의 중저가 브랜드 ‘자지’와 ‘엔라시네’도 이 매장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유니클로의 단순한 디자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여성들을 위해 유행 요소를 넣은 옷들이다. 최근엔 이 점포 바로 옆에 유니클로 남성관도 처음으로 들어섰다. 루이뷔통과 샤넬 등 명품이 즐비하던 긴자 거리에 일본 자국 브랜드가 우뚝 섰다.

○ 고품질 저가격…유니클로의 가이젠

일본에는 도요타자동차의 경영에서 비롯된 ‘가이젠(改善)’이 있다. 실패를 발판 삼아 조금씩 개선한다는 뜻이다. 유니클로의 지주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부친이 운영하던 신사복점인 오고리(小君) 상사(패스트리테일링의 전신)에 입사해 신사복 시장의 한계를 간파했다. 1984년 히로시마(廣島)에 낸 캐주얼 전문점인 유니클로 1호점은 ‘패션 가이젠’의 서곡이었다. 이 점포가 문을 열던 날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 한 방송국에서 생방송 취재를 나오자 그가 인터뷰에서 “손님들이 다치실까 걱정된다.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 햄버거 체인인 맥도널드에서 영감을 얻은 야나이 회장은 1991년 유니클로를 캐주얼 체인으로 변모시켰다. 사명도 패스트푸드에서 본떠 패스트리테일링으로 바꿨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조소매업(SPA) 모델을 발전시켰다. 상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판매, 재고 관리까지 도맡아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었다.

첫 해외 진출국인 영국에서 실패한 유니클로는 철저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영을 시작했다. 매주 경영진이 모여 상품, 점포, 나라별 판매 현황을 확인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의 큰 요소인 원단 비용을 정확히 책정할 수 있다. 애당초 팔릴 만큼 상품을 만들고, 제품 소진을 위한 프로모션을 결정한다. 그 결과 상품 소진율은 99.5%로 재고가 거의 없다. 스페인 ‘자라’가 2주일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달리 유니클로는 3개월 이상 제품을 진열대에 두고 완판을 목표로 한다.

2004년 내놓은 방한옷 ‘히트텍’은 지금까지 6500만 벌이 팔렸다. 이 옷은 해가 갈수록 두께가 점점 얇아졌다. 겨울에도 날씬해 보이고 싶은 여성들을 감안한 ‘가이젠’이었다.

○ 브랜드 우산 효과로 노리는 세계 1위

7개국에 887개 점포를 갖춘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매출 6850억 엔(약 8조9300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의 실적을 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우울한 일본 경제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었다. 이 회사는 프랑스 브랜드 ‘콩투아르 데 코토니에’에 이어 올 3월엔 미국 ‘시어리’도 인수합병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의 성공에 힘입어 계열사 ‘GOV’ 내 중저가 브랜드 ‘g.u’와 ‘칸디시’에도 힘 쏟고 있다. g.u는 올 초 990엔(약 1만2700원)짜리 청바지를 내놓아 일본 청바지 시장의 가격파괴를 불러일으켰다. 잡화 브랜드 칸디시는 요즘 매장에서 1990엔짜리 ‘유니클로 슈즈’를 팔고 있다. 아오노 데루노부(靑野光展) 패스트리테일링 글로벌 매니저는 “2020년 세계 1위를 향해 무조건 가격만 낮추는 게 아니라 한 번 우리 제품을 산 고객이 품질에 만족해 다시 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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