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위탁자금 15조 누가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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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삼성-미래에셋-한투-우리-KB 등 5곳 주간운용사 신청
4년마다 재선정… 1, 2차 평가 거쳐 이달말 최종 결정

각종 연기금의 돈을 맡아서 관리 및 투자하는 주간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한판 경쟁이 시작됐다.

최근 마감된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 신청에는 삼성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우리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5곳이 냈다. 연기금 투자풀(위탁자금) 주간운용사가 되면 최대 15조 원에 이르는 위탁자금을 받아 수탁액을 늘릴 수 있고 대외신인도도 높아진다. 상위권 운용사는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중위권은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기 위해 이번 주간운용사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대외신인도 높아져

연기금 위탁자금 주간운용사는 4년에 한 번 재선정된다. 주간운용사는 위탁자금 운용을 총괄하면서 하위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게 된다. 위탁자금은 9월 말 현재 3조9000억 원이지만 외국환평형채권기금을 포함하면 최대 1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연기금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 우선 수탁액을 늘리는 장점이 있다. 수탁액을 한꺼번에 15조 원이나 늘릴 수 있어 중위권 운용사들로서는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인 셈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주간운용사 선정으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대외신인도 제고 효과다. 정부에서 연기금 위탁자금을 맡길 정도로 해당 자산운용사의 리스크 관리 및 자산분배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외 기관 및 법인 상대 영업에 호재로 작용한다. 자산운용에 따른 보수도 받지만 운용보수율이 워낙 낮아 순익 증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치열한 신경전

기획재정부는 다음 주 초까지 1차 평가를 끝낸 후 2차 면접심사를 한 뒤 이달 말까지 주간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여기서 뽑힌 주간운용사는 내년 1월부터 운용업무를 시작하며 선정 후 4년간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한다. 매년 말 성과평가를 통해 연간 단위로 주간운용사 지위의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삼성투신운용은 지난 8년간 두 차례 연속 주간운용사로 선정됐다. 8년간 큰 과오 없이 안정적으로 해왔다는 평가를 받지만 8년간 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된다. 경쟁사들은 삼성투신이 세 차례 연속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 사실상 앞으로 연기금 위탁자금 주간운용사는 다른 곳에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곳을 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전통적인 채권 강자의 면모와 뛰어난 리스크 관리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5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간사 선정 관련 정보수집과 자사 경쟁력에 대한 자료 준비를 해왔다.

수탁액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타사 대비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산배분 능력을 앞세우고 있다.

업계 중위권인 우리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각각의 고유한 장점을 내세우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 우리금융그룹 전체의 가치가 높아져 향후 그룹 매각 때 몸값을 높게 받을 수 있어 정부 투입 공적자금 회수율이 올라간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KB자산운용은 KB국민은행을 포함한 KB금융지주의 여러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평가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며 “기존에 주간사 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에 이익을 주지도, 불이익을 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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