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품소재 업체들 ‘오픈 이노베이션’ 윈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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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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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과 기술공유 신제품 개발

통신용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어플라이드 마이크로’사는 셋톱박스를 만들고 싶었다. 이 회사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잘 만들지만 그래픽 기술은 떨어진다. 그래픽 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도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래서 외부에서 원하는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찾다가 한국의 엠텍비젼을 발견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엠텍비젼은 어플라이드 마이크로가 원하는 바로 그 그래픽 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다. 두 기업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3일 위성방송 수신 셋톱박스의 핵심 칩을 공동 개발해 시스코 등 대형 통신장비 생산업체에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엠텍비젼으로서는 어플라이드 마이크로사의 마케팅 채널도 활용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방식의 ‘개방형 기술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한국 부품소재기업들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 내부에 국한돼 있던 연구개발(R&D) 활동을 기업 외부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외부 아이디어와 자원을 활용하고 내부 기술을 다른 기업에 이전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함에 따라 국내 부품소재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주력 분야에만 전력하고 비핵심 영역은 외부에서 찾는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서부터다.

어플라이드 마이크로사와 엠텍비젼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알카텔-루슨트는 한국의 OE솔루션과 차세대 통신망용 핵심 부품인 트랜스시버 공동개발과 납품계약을 3일 체결한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수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해 주는 기업도 생겼다. ‘지식 중개 기업’이라 불리는 이런 기업들은 전 세계에 펼쳐진 기업과 연구소, 대학 네트워크를 토대로 대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찾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노센티브’와 ‘나인시그마’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기초적인 역할을 정부가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3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모토로라, HP, 지멘스, 존슨앤드존슨 등 20개 글로벌 기업을 초청해 국내 부품소재 기업과 연구소 관계자 200여 명이 참여하는 ‘3차 한미 부품소재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지경부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부품소재 기업의 협력 활성화를 위해 공동기술개발사업을 포함한 협력 사업 규모를 올해 280억 원에서 내년 400억 원으로 크게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KOTRA에서는 글로벌 기업별로 전담관을 배정해 협력 프로젝트 70건과 공동 R&D프로젝트 5건을 발굴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지경부 강성천 부품소재총괄과장은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은 삼성과 현대. LG 등 세계적인 대기업에 납품을 해본 경험도 있고 이 중 몇몇 기업은 품질에 있어서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올라있는 데다가 납품가격은 더 싸서 최근 해외 기업들이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개방형 기술혁신(오픈 이노베이션):

기업 내부에 국한돼 있던 연구개발(R&D) 활동을 기업 외부까지 확장해 외부 아이디어와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투입자원과 시간을 절약하고, 내부 기술을 다른 기업에 이전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비즈니스스쿨 헨리 체스브러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술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기술개발 비용 증가와 제품수명의 단축으로 R&D 투자 효율성이 악화됨에 따라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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