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up KOREA]‘사상최대’ 실적 행진… 수출한국의 부활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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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하이닉스 등 3분기 ‘놀라운 선전’

아직 조심스럽지만 ‘경쟁력 갖춘 한국’ 세계가 주목

《“한국의 수출기업들 경쟁력을 갖추다(South Korean exporters gain competitive edge).”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8월 19일자 기사에 붙은 제목이다. FT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실적을 소개하면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한국 경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인색한 평가를 내려왔던 신문.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언급한 FT의 당시 기사는 한국 경제와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발표된 국내 주요 기업들의 3분기(7∼9월) 실적을 보면 FT도 회의적인 시선을 완전히 거둬야 할지 모른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세계적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국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연속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200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4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TV 등 4대 주력 사업에서 골고루 이익을 냈다. 특히 1분기까지만 해도 6700억 원의 적자를 내며 ‘천덕꾸러기’ 노릇을 했던 반도체 사업부가 불과 두분기 만에 1조 원이 넘는 흑자로 돌아선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D램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도 3분기에 매출 2조1180억 원, 영업이익 2090억 원의 실적을 냈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8분기, 만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전자업계의 쌍두마차인 LG전자도 역대 3분기 실적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 13조8998억 원에 850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7%, 영업이익은 49% 각각 증가했다. 특히 LG전자는 3분기에 분기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휴대전화 3000만 대, 액정표시장치(LCD) TV 400만 대 판매 고지를 넘어섰다.

전자부품 업체 가운데에선 LG디스플레이가 5조9744억 원의 매출과 904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세계적으로 LCD TV 시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패널 가격이 오른 데다 전사적인 원가 절감 운동으로 비용을 크게 줄였다. LG디스플레이는 3월부터 파주 8세대, 4월부터 구미 6세대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자동차가 3분기에 ‘깜짝 실적’을 선보였다. 매출 8조984억 원, 영업이익 5868억 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8%, 461.5% 증가했다.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69.8% 늘어난 979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올해 2분기(4∼6월) 5.2%로 처음 5%대 벽을 넘은 데 이어 3분기에도 5.5%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철강 업계에선 포스코가 영업이익 1조180억 원으로 작년 4분기 이후 9개월 만에 1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확대

글로벌 경쟁 기업들의 부진 속에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발군의 실적을 올리면서 그만큼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D램 업계에선 해외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D램 업계와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대만 난야테크놀로지는 3분기에 28억700만 대만달러(약 1033억 원), 이노테라는 21억3000만 대만달러(약 784억 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냈다. 미국 마이크론도 6∼8월에 4900만 달러(약 57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D램인 40나노급 DDR3를 양산하는 등 경쟁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어 오랫동안 계속됐던 ‘치킨 게임’에서 완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약진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올해 9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회사는 물론 일본 도요타와 혼다, 닛산은 25∼50% 매출이 급감하는 등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메이저 플레이어 가운데 현대차만 유일하게 매출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 시가총액 등에서 갖가지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올해 ‘매출액 100조 원’과 ‘순이익 10조 원’을 동시에 돌파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 같은 실적은 글로벌 기업 가운데에서도 드문 기록이다.

○ 4분기는 다소 주춤할 듯

국내 기업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 산업부가 국내 주요 업종별 매출액 100대 기업 가운데 56개사를 대상으로 더블딥(경기가 회복하다가 다시 꺾이는 현상) 전망을 조사한 결과 58.9%의 기업이 ‘내년 이후 더블딥이 올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기업들 자신도 아직 상황을 완전히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당장 4분기(10∼12월) 실적은 3분기에 비해 주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부 변수 가운데에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연간 기준으로 3000억 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휴대전화와 TV 등은 연말을 맞아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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