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베스트 인재’를 뽑지말아야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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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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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지원자 충성도 떨어져
‘2% 모자란’ 사람이 열성적

‘완벽한 조건의 취업지망생을 뽑지 말아야 할 이유….’

얼마 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독특한 칼럼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경제 불황의 진원지격인 미국에서는 요즘 최고 학벌과 경력을 자랑하는 인재가 인력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올해 미 명문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한 예비 법조인의 75%가 바로 취업을 하지 못했으며 스탠퍼드대 졸업(준비)생의 상당수가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완벽한 지원자들이, 그것도 인력시장에 ‘우르르’ 나와 있는 요즘, 칼럼은 완벽한 조건의 지망생을 뽑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고용주나 본인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이상이나 열정과는 상관없이 ‘눈을 낮춰’ 지원할 경우 그 신입사원은 결국 장기적으로 직장에 대한 만족도나 충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칼럼은 오히려 ‘2% 모자란’ 지원자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열정으로 승화시켜 성장한다는 주장도 덧붙이더군요.

이와 관련해 문득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만난 국내 명문대 출신의 이모 씨는 수년간 준비해 온 ‘고시’를 포기하고 얼마 전부터 지방 9급 공무원으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취직이 시급했지만 그동안 공부해 온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을 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털어놓더군요. “열정과 꿈이라는 단어가 이젠 낯설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청년실업이 계속될수록 하향지원 현상은, 그리고 인재들의 이 같은 좌절감은 심화되겠죠. 자신의 희망이나 능력과 맞지 않는 곳에서 장기간 일하게 된다면 인재들의 능력은 사장되고 국가 성장률 또한 저해되는 것은 뻔할 것입니다.

올해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묘목의 근본이 아무리 훌륭해도 맞지 않는 토양과 만나면 썩어가는 나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인재상을 말하더군요. 결국 ‘눈을 낮추라’는 요구보다는 미래의 핵심 인재인 ‘묘목(취업지망생)’들이 자신들과 맞는 토양에서 자라나 열매 맺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나 고용주들의 몫이 아닐까요. 직업의 다양화는 물론이고 취업 및 이직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정안 산업부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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