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족한 보금자리주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6일 19시 33분


"전화상담원이 저는 배점이 80점이어서 2순위라고 해서 오늘 왔는데, 현장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90점으로 1순위라네요. 세곡지구 3자녀 특별공급물량은 1순위접수일인 어제 다 마감이 됐다는데 이걸 어째요."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한 여성(38·서울 용산구)은 함께 온 남편과 아기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남편도 한숨만 계속 내쉬었다. '한송이 엄마'라고만 밝힌 이 여성은 보금자리주택 3자녀특별공급 2순위 접수일인 이 날, 세곡지구에 예약을 하려고 접수처를 찾았다. 하지만 세곡지구는 1순위 접수일인 전날 물량이 모두 마감됐다는 사실과 함께 전화상담원이 자신의 순위를 잘못 알려줬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만 확인했다. 이 날 접수처 곳곳에서는 지구별, 평형별로 상당수 물량이 전날 마감된 사실을 몰라 헛걸음한 사람들이 많았다.
7일부터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사전예약접수가 시작됐지만, 관련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청약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약 정보가 방대하고 복잡해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인터넷에 공개된 입주자 모집공고문에도 중요한 정보가 누락돼 청약자들이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
또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에 근로소득은 적지만 재산이나 임대 및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청약을 하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2%부족한 보금자리주택
신혼부부 및 생애최초특별공급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젊은층에게 내 집 마련을 하게 해 주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이 두 유형에 청약하려면 가구당월평균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당평균소득의 80~100%여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의 경우 지난해 급여소득만 심사하기 때문에 임대 및 금융소득, 상속 등 별도 소득은 제외된다. 때문에 급여 이외 소득이 나 재산이 많은 사람까지 청약할 수 있다.
입주자공고문에는 주요 정보가 누락돼 있다. 신혼부부, 생애최초 등 특별공급은 한 유형만 선택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이 명확히 표기돼 있지 않다. 특히 신혼부부특별공급과 생애최초특별공급은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대상자도 상당수가 겹치지만 둘 중에 하나만 청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신혼부부특별공급은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자녀가 없는 기혼자라면 생애최초특별공급을 준비하는게 낫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청약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대상 홍보기간 단 이틀"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으려면 최소 2억 원 가량이 있어야 하지만 장애인, 국가유공자, 중소기업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7~9일 실시한 기관추천특별공급에서는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추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관의 추천을 받긴 했지만 자금문제로 청약을 포기한 사람도 나왔다. 대출 등 금융지원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지방자치단체 등 일선 현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해 대상자들의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해 추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동사무소 관계자는 "9월 23일에 공문이 내려와 24일, 25일 이틀밖에 홍보할 수 없어 아파트단지에만 팩스로 공문을 보냈다"며 "아파트관리사무소관계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해도 잘 몰라 '주민 중에 문의사항이 있는 사람은 동사무소로 연락하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에 살지 않는 분들께는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또 공문만 봐서는 내용을 알기 어려워 대한주택공사(현 토지주택공사)에 전화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대한 정보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은 국가유공자특별공급, 기관특별공급, 3자녀 특별공급, 3자녀 및 노부모 우선공급 등 크게 7개 유형으로 나뉘고, 배점 및 순위별 유형까지 합치면 17개나 된다. 자격 기준 및 구비서류도 각기 다르다. 이 때문에 부동산전문가들조차 보금자리주택 제도는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회사원 정 모 씨(34)는 "입주자공고문을 출력해 계속 들여다보고 있지만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청약전략을 세우기는커녕 내가 청약할 수 있는 유형을 찾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전화상담원을 늘리고 대면상담을 할 수 있는 장소를 8곳으로 확대하는 등 청약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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