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펀드 ‘신입 자금’ 넘친다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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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황속 1년새 5000억 유입… 규모 46% 커져
23개 평균수익률 12.7%… 펀드시장 기대주 부상

퇴직연금 펀드가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증권형 펀드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월 6일 153조 원에서 6일 현재 145조 원으로 약 8조 원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퇴직연금 펀드의 규모는 약 1조1000억 원에서 1조6084억 원으로 오히려 46% 정도 늘어났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퇴직연금 펀드가 전체 펀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일반 펀드와 달리 퇴직연금 펀드는 장기투자가 기본으로 고객들이 쉽게 돈을 옮기지 않는다는 특징 때문에 향후 펀드시장의 기대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 안정성 강조로 양호한 수익률 올려

퇴직연금 펀드는 규모뿐만 아니라 수익률 측면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12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이 200억 원 이상 되는 퇴직연금 펀드 23개의 1년간 수익률(6일 기준)은 평균 12.7%다. 주로 채권혼합형이나 채권형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 펀드들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가 각각 평균 10.9%와 7.0%의 수익률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선전한 것이다. 이들 대형 퇴직연금 펀드의 1년간 설정액 증가율은 평균 58%에 이르러 전체 퇴직연금 펀드의 규모 증가율을 앞질렀다.

설정액 200억 원 이상의 퇴직연금 펀드 중에서 지난 1년간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는 23.5%의 수익률을 올린 한국투자밸류의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이다.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퇴직연금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퇴직연금증권1’로 1년간 142%가 늘었다.

퇴직연금 펀드 자산운용사들은 이처럼 양호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으로 탄탄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또 자금 유출이 많았던 다른 펀드들과 달리 퇴직연금 펀드는 자금 유입이 끊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강용 마케팅1부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져 증시와 펀드시장이 굉장히 혼란스럽던 시기에 퇴직연금 펀드는 퇴직금을 다룬다는 특수성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안정성을 강조했다”며 “이런 전략이 평균 수익률에서 양호한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본부 이규석 팀장도 “대형주 위주의 투자를 하면서 펀드매니저들이 재량을 발휘해 선택할 수 있는 중소형주에서도 안정성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 중·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이 조화돼야

현재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퇴직연금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1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무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적지 않은 기업이 기존의 퇴직신탁이나 퇴직보험을 퇴직연금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현재 퇴직연금 관련 수익이 미미한데도 이미 50∼100명 규모의 관련 조직을 갖췄고 전문가들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펀드의 특성상 단기 변동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장기투자를 한다는 점을 큰 매력으로 꼽으면서 장기적으로는 펀드시장의 성패가 퇴직연금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펀드 가입과 관련해 투자기간이 길기 때문에 우선 안정적인 중·장기 수익률을 올린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15년 이상의 초장기 투자에서는 수익성과 안정성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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