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 강남 저평가 빌딩 ‘사들이기’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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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세로 상가-오피스빌딩 시세차익 기대
30억~200억대 매물 타깃… 해외교포들도 ‘입질’

임대업자 양모 씨(54)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대지 320m², 건평 1359m² 규모의 5층 상가빌딩을 45억 원에 사들였다. 빌딩 위치가 큰 도로 뒤편이고 한 층이 공실(空室)인 상태였지만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근처에 있어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임대 수익을 얻다가 지하철 개통 후 되팔면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고 판단했다.

○ 법인 매각 수백억 원대 빌딩 매입도

최근 개인들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상가,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금력이 있는 개인들은 법인이 매각한 수백억 원대 빌딩도 사들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핸디소프트 사옥과 서초구 반포동의 삼성생명 반포빌딩은 올해 6, 7월 개인투자자에게 각각 415억 원, 258억 원에 팔렸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신영에셋의 홍순만 이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매매가 30억∼200억 원대 중소형 빌딩을 매입하는 사례가 최근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서울 강남구나 송파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개인이 투자할 만한 중소형 빌딩이 밀집해있고 상권이 탄탄하게 형성된 지역이다. 최근에는 서울 성동구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도 관심을 받고 있다.

빌딩 투자가 늘어나면서 중소형 빌딩의 임대, 보수 등 빌딩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 관리업체에도 부쩍 문의가 늘었다. 빌딩관리업체 포커스에셋의 김민수 대표는 “중소형 빌딩을 저가에 매입한 뒤 관리업체에 의뢰해 빈 사무실을 줄인 뒤 빌딩 가치를 높이려는 투자자가 늘었다”며 “투자 상담 문의가 최근 2, 3개월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 ‘IMF 학습효과’ 해외 교포들도 눈독

공실률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도 개인들이 빌딩 투자에 나서는 것은 빌딩이 다른 투자 자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 회복이 더딘 데다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공실이 급증하면서 빌딩 매매가도 하락했지만 주식이나 아파트 등 다른 자산처럼 곧 제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는 ‘IMF 학습효과’도 한몫 했다.

신영에셋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빌딩매매가는 1999년 m²당 176만 원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 2008년 415만 원으로 올랐다. 올해 2분기(4∼6월) m²당 356만 원 수준인 매매가가 경기가 회복되면 2008년 고점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빌딩관리컨설팅업체인 교보리얼코 박종헌 투자자문팀장은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지역과 비교해 임대수익이 안정적인 반면 저평가됐다고 알려지면서 일본, 미국계 교포들이 투자 컨설팅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1,600을 돌파하면서 주식이나 펀드 환매자금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빌딩을 매입하는 자산가들도 있다.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최봉수 PB팀장은 “고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고객 가운데 펀드 환매자금에 대출금을 보태 빌딩 투자를 하려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상승한 공실률 때문에 투자를 고민하는 자산가도 적지 않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 분기마다 0.5∼0.8%포인트씩 늘어난 공실률이 올해 하반기에도 상승폭이 둔화될 뿐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 팀장은 “고객들은 연 7%의 고수익을 기대하면서 매물 분석을 의뢰하지만 빌딩 관리비, 대출 이자로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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