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2등그룹 ‘네이버 잡기’ 공세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네이트 메인화면
전격 통합해 방문자 늘리기

■ 다음
미디어 중심 전략 포기 선언
가치중립 - 생활밀착형 변신

‘네이버를 잡아라!’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 회사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싸이월드’와 ‘네이트’의 메인 페이지 통합 계획을 밝혔다. 2월 ‘엠파스’를 네이트에 통합한 후 7개월 만에 새 통합 정책을 편 셈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최근 사이트를 빠르게 개편하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를 표방했던 기존 전략을 포기하고 쇼핑,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포털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2005년까지 포털 업계 1위였지만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와 ‘2위 경쟁’을 벌일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둘이 경쟁을 벌이는 사이 네이버를 운영하는 1위 NHN이 이들보다 매출이 5, 6배 많은 압도적 1위로 성장했다.

○ 사이트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인터넷 시장조사회사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7월 싸이월드 메인 페이지 순방문자 수(UV)는 약 1692만 명, 네이트는 1342만 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두 사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네이버(3000만 명)를 제친 셈이다. 문제는 찾는 사람은 많은데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SK커뮤니케이션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301억 원으로 NHN(1조3801억 원)의 6분의 1이다. NHN이 게임 부문 한게임에서만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낸다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큰 편이다.

원인은 사이트 구성 때문이다. 인터넷 시장조사회사 메트릭스에 따르면 네이버 사용자 가운데 96% 이상이 메인페이지(www.naver.com)를 이용한다. 검색과 뉴스 등 사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대부분 첫 화면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SK커뮤니케이션즈 포털 ‘네이트’는 메인화면 이용자가 38%에 그친다. ‘싸이월드’ 메인화면 방문자도 18%다. 네이트 이용자 대부분은 ‘네이트온 메신저’나 ‘싸이월드’로 뉴스를 보고 싸이월드 이용자 대부분은 미니홈피나 블로그만 보기 때문이다.

네이트와 싸이월드 메인화면 페이지뷰(PV)는 NHN 첫 화면 페이지뷰의 1.8%에 불과하다. 메인페이지 방문자 수 차이는 광고 매출 차이로 이어진다. SK커뮤니케이션즈 2분기 광고 매출은 약 202억 원으로 NHN(2166억 원)의 9.3%다. SK커뮤니케이션즈 서비스 기획실 안진혁 실장은 “그동안 각자 서로 다른 사이트들을 발전시켜왔지만, 이런 ‘각개 전투’가 1위를 따라잡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이트 대문(大門)’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 탈미디어화, 수익의 극대화

다음은 그동안 ‘미디어 다음’이라는 뉴스 서비스와 토론방 ‘아고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적극적인 미디어 전략을 펴왔다. 최근 이런 전략을 포기하고 가치중립 포털로 변신하고 있다. 올 초 취임한 다음 최세훈 대표는 토론방 ‘아고라’와 ‘미디어다음’ 대신 지도 날씨 교통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음의 충성스러운 ‘카페’ 이용자들과 블로거들이 만드는 생활밀착형 정보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전략을 급선회한 것은 지난해부터 다음의 일부 서비스가 특정이념 지지자들의 ‘이념 선전장’처럼 바뀌면서 광고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2분기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액은 16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억 원이나 줄었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대기업들이 주된 광고주다. 대기업들은 이념색이 짙은 공간에 광고를 꺼리는 성향이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남재관 기획본부장은 “그간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해 다소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여 사업 파트너들이 불편해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립적인 ‘그릇’ 역할을 통해 사업 파트너들과 상생하는 포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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