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억제 대신 공급 늘려 집값 잡기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한만희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이 27일 정부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및 공급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주택 공급을 조기에 늘려 집값 안정을 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과천=연합뉴스
한만희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이 27일 정부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및 공급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주택 공급을 조기에 늘려 집값 안정을 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과천=연합뉴스
“획기적 주택정책 강구”李대통령 8·15 경축사뒤
전세대책 이어 물량 확대… 부동산가격 오름세에 쐐기

정부가 27일 보금자리주택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 서민 주거안정대책을 내놓은 데는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부동산 가격 오름세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그 시발점은 “획기적 주택정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다. 국토해양부는 8일 뒤인 23일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고, 다시 4일 만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주택공급 확대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주택 수요를 억누르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부동산 정책의 성패와 정권의 지지율’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2007년 12월 말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내 부동산과 사투를 벌이는 바람에 다른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 정부의 부동산 걱정은 기우(杞憂)에 그치는 듯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기 때문.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을 늘리자 시중에 풀린 자금이 서울 강남권의 일부 재건축단지 등에 몰리면서 이미 5월 초부터 시장 일각에선 버블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1∼7월 각각 9.5%, 7.2%(전년 동기 대비) 치솟았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및 전세금 급등 현상에 정부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둘러 ‘구두 개입→수요 규제→공급 확대’ 순으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중순 “땅이 좁고 사람은 많다 보니 경제 운용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부동산 문제”라며 “투기 재발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되며 불로소득을 용납하게 되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면서 구두 개입에 나섰다. 7월 들어서는 수도권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60%에서 50%로 낮췄고, 27일에는 보금자리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주택 공급을 늘리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책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시기도 2018년에서 2012년으로 대폭 앞당겼다. 실제 완공하기까지 2, 3년의 시차가 있을 수 있지만 완공에 앞서 청약을 실시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방에는 아직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만큼 각종 규제는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 문제 지역에 한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택매입 수요를 줄이기 위해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기준을 강화하는 추가조치는 현 시점에서 소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