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주책없이 터져 나오는 트림, 머리가 깨질 듯한 숙취….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던 막걸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기 있다. 일본에서는 막걸리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20, 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국세청에 따르면 2002년 12만9000kL였던 막걸리의 연간 출고량은 지난해 17만6000kL로 늘었다. 막걸리 수출량도 지난해 5457kL로 2007년에 비해 26.6%나 증가했다. 2004년 수출량이 2245KL였던 사실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
막걸리의 부활을 이끈 것은 규제 철폐였다. 정부는 2001년 판매구역 제한규정을 없앴고 2003년에는 6% 이상이던 알코올 도수를 3% 이상도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또 2004년에는 과실 원액을 20%까지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 덕분에 막걸리 생산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대형 주류업체들이 뛰어들면서 막걸리의 매력을 홍보하는 마케팅전도 불꽃을 뿜었다. 캔 포장, 살균 탁주 등으로 장기보관이 가능한 기술이 등장하면서 불가능해 보이던 수출 길도 열렸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막걸리의 부활은 무조건 보호하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시장과 민간의 힘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영세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막걸리와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한때 전북 익산 일대에서 번창했던 보석산업이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보석가공산업에 다양한 세제 및 행정상의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지역 간 형평성 등의 논리를 앞세워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갔다. 그 결과 익산지역의 보석가공업체들은 줄줄이 짐을 싸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나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3만 명에 달하던 보석가공업 종사자는 현재 8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익산시는 2007년부터 중국으로 떠난 익산 출신 보석업체들을 다시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익산시 관계자는 “2007년부터 40∼50개 업체를 접촉한 끝에 긍정적인 답을 얻은 곳은 2곳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중소기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업종별 특성과 성장단계에 맞춰 전략적 지원과 규제 완화 정책을 적절하게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