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 대세는 ‘15초 블록버스터’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영화같은 볼거리로 승부
불황이지만 제작비 늘려

‘15초 블록버스터?’ 최근 몇몇 CF를 보면 마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기업이나 상품 설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스케일을 키우고 컴퓨터그래픽을 강화해 ‘화려한 볼거리’로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15초짜리 블록버스터라는 말도 나온다.

SK마케팅앤컴퍼니(SKMC)가 제작한 SK텔레콤 기업광고에는 범선이 파도를 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던 범선이 ‘지구는 여기서 끝난다(No More Ahead)’라고 쓰인 벽에 가로막히지만, 곧 ‘No’라는 글자를 허물고 항해를 계속한다. 범선이 지나간 바다에는 ‘저 너머엔 더 많은 것이 있다(More Ahead)’는 글자가 남는다.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일화에서 힌트를 얻은 이 CF를 촬영하기 위해 SKMC는 100m 규모의 범선을 제작했다. 100여 명의 선원이 실제로 범선을 움직이는 장면을 헬기로 촬영해 사실감을 높였다.

GM대우자동차 토스카 CF는 천사와 악마, 비둘기와 박쥐, 분열과 충돌 등 상반된 이미지의 영상을 마치 데칼코마니(어떠한 무늬를 특수 종이에 찍어 얇은 막을 이루게 한 뒤 다른 표면에 옮기는 회화기법)처럼 엮었다. 주로 자동차의 성능을 강조하던 기존 광고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이 광고를 제작한 금강오길비는 “조각상을 촬영한 2차원 이미지를 연기 및 먼지와 합성하는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거쳐 3차원의 느낌을 가진 천사와 악마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또 “보통 CF에 쓰이는 것보다 월등히 많은 특수효과 장비와 시간이 소요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광고음악도 기존 음악을 편곡해 쓰지 않고, 음악을 담당한 피아니스트가 직접 주제곡(OST)까지 작곡해 연주하면서 독특한 느낌을 더했다.

‘월드스타’ 비가 등장하는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 광고는 판타지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했고, 강동원이 등장하는 커피음료 프렌치카페 광고는 뱀파이어 영화 장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게임 ‘던전앤파이터’ 광고에서 거대한 괴물이 소녀시대를 위협하는 장면은 영화 ‘괴물’이나 ‘디 워’를 연상하게 한다.

전규창 SKMC CP2팀장은 “불황일수록 경쟁 광고가 줄기 때문에 오히려 광고 제작비를 더 들여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면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장면을 직접 넣거나 패러디한 광고도 있다. 오션월드 CF에는 아예 영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장면을 삽입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의 광고는 1970년대 ‘대한뉴스(대한뉘우스)’를 패러디한 영상에 “덮어놓고 사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문구를 넣어 재미를 더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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