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입찰시장 꿈틀… 조선-건설업계 들썩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2분


유가 상승 세계 경제 회복 조짐
중동 등 미뤘던 설비투자 재개
국내업체 수주가뭄 해소 기대

대형 건설업체인 A사 플랜트영업팀은 이르면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인 아람코가 발주할 초대형 플랜트 공사 입찰 준비로 분주하다. 이 공사는 사우디 얌부 지역에 정유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규모가 100억 달러(약 12조7000억 원)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입찰 제안서까지 나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흐지부지됐던 공사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일부 산유국과 에너지기업 등이 그동안 미뤄왔던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어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사와 건설사들도 대규모 입찰에 장밋빛 희망을 걸며 ‘수주 가뭄’ 탈출을 꾀하고 있다.

○쏟아지는 대규모 공사를 노려라

A사는 아람코의 플랜트 공사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 정유사의 자회사인 타크리가 발주할 ‘루와이스 정유공장 프로젝트’(100억 달러 규모) 입찰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주춤했던 대형 공사 물량이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나오기 시작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인 로열더치셸이 발주한 5조 원 규모의 초대형 해양 플랜트 공사 입찰에 참가했다. 이는 천연가스 저장 및 생산설비(LNG-FPSO) 공사로 연간 생산량은 사상 최대 규모인 350만 t에 이른다. 이들 조선사는 각각 해외 엔지니어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했으며 현재 최종 입찰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수주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초로 LNG-FPSO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어서 이번 수주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반기 브라질 최대 정유사인 페트로브라스의 해양 플랜트 및 심해시추선(총 430억 달러) 발주와 호주 고르곤 가스개발(총 320억 달러) 입찰전 등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선(商船)을 수주한 조선사도 나왔다. STX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선사로부터 5만400DWT급 탱커선 8척을 3억4000만 달러에 따냈다. 회사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선 수주가 얼어붙었는데 이번에 수주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물동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2월 600포인트대에서 최근 4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조선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중견업체들도 대형 입찰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5월부터 선사들로부터 인콰이어리(발주 상담)가 재개됐다”고 말했다.

○건설사, 에너지 플랜트 기업에도 햇볕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 국내 건설 3개사는 아람코가 발주한 주바일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에 각각 입찰해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사는 총 110억 달러 규모로 이들 건설사는 1차분 공사 4개 공구(26억 달러 규모)에 공구별로 나눠서 입찰한 결과 최저가 응찰업체로 선정됐다. 입찰에 참가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람코가 16일(현지 시간) 이사회를 열고 최종 입찰자를 내정하는 등 조만간 최종 결과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란 마트파 보일러사와 7400만 유로 규모의 복합 화력발전소용 배열회수 보일러 일괄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이란 내 발전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발전 관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와 플랜트업계는 최근 대규모 공사가 입찰 시장에 나오는 것을 두고 경기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공사 발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국내 조선 및 플랜트 업계의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응찰가격이 당초 예상가보다 낮고, 중동 지역에서는 아부다비나 사우디아라비아 이외에는 아직 발주 물량이 거의 없어서 이를 경기회복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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