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첫 수출국은 요르단? UAE?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첫 수출 대상국은 요르단 혹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수출은 발전소 설계, 시공, 운영 등을 모두 포함한다. 건설, 장비, 부품 등 유관 산업이 많기 때문에 한번 수출하면 수조 원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현재 20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한국은 설계, 시공, 운영 등 원전 관련 모든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원전 강국’이다. 전체 발전 설비 용량으로 치면 2008년 말 현재 1만7716MW로 세계 6위다. 하지만 아직 수출 실적은 전혀 없다.》

한전-정부 막바지 수주전 총력… 성사땐 700조 플랜트시장 활짝

○올해안에 최소 1개 수주 가능성 커

정부는 주요 원전 발주(發注) 국가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터키, 중국 등 4개국을 ‘메이저 후보 4’로 보고 수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올해 안에 1개 정도는 원전 수출 계약을 맺는다는 각오이며 현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와 발전 업계에 따르면 요르단은 원전 플랜트 사업과 관련해 공개 입찰 없이 한국과 수의계약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컨소시엄은 요르단에 안(案)을 냈고, 요르단 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전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가 추진 중인 60억 달러(약 7조5000억 원)의 원자력발전 입찰을 위한 사전자격심사(PQ·Pre-Qualification)를 통과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세계 최대 원전 국가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社)가 PQ에서 떨어졌다는 점. 한전을 포함해 3개사가 PQ를 통과했는데, 원자력 업계는 한전이 프랑스의 아레바 컨소시엄을 꺾으면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전은 현대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7월에 마감되는 최종 입찰을 위해 제안서를 작성 중이다. 모로코와 몽골도 잠재적인 원전 수출 대상국이다. 모로코는 최근 왕세자가 방한(訪韓)해 원전 상담을 하면서 수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몽골에서도 원전 전문가들이 지난달 한국에 직접 와서 국내 원전 현황을 둘러봤다.

○수출 경험 없지만 30년 무사고 강점

한국은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처음 가동한 이후 약 30년 동안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았다. 또 1996년 한국형 표준 원전(KSNP)을 개발해 현재 95% 수준의 기술 자립도를 이뤘다. 원전 수출국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췄지만 문제는 수출 경험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인정해 주는 곳이 없는 것. 이 때문에 한전과 정부는 첫 원전 수출을 어떻게든 성공시키기 위해 총력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전 수출 업무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한전으로 이관됐다. 국제적인 인지도가 아무래도 한전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한전은 약 50명으로 구성된 원전 수출 전담팀도 구성했다.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 지경부 자원개발정책관의 직함이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으로 변경됐다. 강남훈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은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원전 수출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말 네덜란드를 방문해 얀 페터르 발케넨더 총리와 회담을 하며 한국형 원자로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노후 연구용 원자로를 바꾸기 위해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을 국제 입찰에 부친 상태다.

현재 건설 예정이거나 검토 중인 원전은 세계적으로 370여 기, 총 9350억 달러 규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년까지 세계 원전 플랜트시장의 규모가 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첫 원전 수출이 성사되면 이 거대시장이 우리를 향해 성큼 다가오게 된다.

자원개발에는 순수유전개발, 유전개발+플랜트 수출, 원전 수출의 3가지 유형이 있으나 한국의 경우 원전 수출이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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