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온라인 전기車’ 개발 실효성 논란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교과부 추경예산 250억 편성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추경예산으로 250억 원을 편성한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 개발사업을 두고 과학계 안팎이 시끄럽다. 온라인 전기자동차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KAIST 측과 달리 상당수 학계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실효성’과 ‘상용화 가능성’ ‘투자 규모의 적절성’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 주최로 열린 ‘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견해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KAIST측 “충전시설 최소화… 도로 인프라 비용 크게 절감”
학계전문가 “美도 효율성 떨어져 포기… 객관적 검증 필요”

○ 핵심기술 베일에 가려 성능 의구심 증폭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도로에 묻은 전선에서 전기를 얻어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일종. 임춘택 KAIST 온라인전기자동차사업단 부단장은 이날 “배터리 전용 전기자동차와 달리 주행 거리가 무제한이고 충전하기 위해 정차할 필요가 없다”며 “기존 전기자동차 보급의 걸림돌이던 차량 무게와 가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부단장은 또 “전기자동차 보급의 또 다른 걸림돌이던 전기충전소 등 시설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도로 인프라 비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KAIST는 2월 제주도와 온라인 전기자동차 실용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제주도는 온라인 전기자동차 시범도로 건설을 위해 300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전기공학 분야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먼저 효율성 문제. KAIST는 과거 미국이 확보했던 60% 효율보다 훨씬 높은 80% 효율을 달성했다고 2월 주장했다. 도로 1km당 시설 구축비도 미국이 산정한 15억 원보다 훨씬 적은 2억 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근희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공학적 측면에서 효율이 80%에 이른다는 KAIST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70∼80% 이상 효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또 “차량 승객이 강한 전자기파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보형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도 “온라인 전기자동차의 효율성이 60%를 넘기 힘들어 사업성이 없다는 사실이 해외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도로 100m마다 설치해야 하는 인버터(전력변환장치)의 대당 가격이 3000만∼4000만 원”이라며 “공사비가 1km당 2억 원에 불과하다는 KAIST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도 한때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고 건설비가 높아 개발을 포기하고 현재 배터리 방식의 전기자동차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이에 대해 임 부단장은 “기술 유출 가능성이 높아 핵심 원천기술을 당분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목표한 효율성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들과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 ‘선투자 후평가’식 예산 투자

한편에서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사업에 ‘묻지마’식으로 투자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AIST 측은 8월에 250억 원 예산의 사용 범위와 달성 목표를 보고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목표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과제에 250억 원이나 되는 예산을 선뜻 투자하기로 한 셈이다. 정부가 구성한 추경사업특별지원점검단 13명 중 외부 전문가는 4명. 전기자동차 전문가는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 설승기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KAIST가 확보했다는 기술은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순흥 KAIST 교학부총장은 “KAIST 내부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제안된 연구사업”이라며 “12월까지 괄목할 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장 부총장은 또 “단기간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다”며 “원천기술 개발부터 특허 획득, 시연까지 짧은 시간에 결과를 얻는 신개념 연구개발(R&D)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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