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번복 외국기업 달래느라 진땀빼죠”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안충영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

“한국이 탄자니아도 아니고….”

2007년 6월 외국인 투자기업 A사의 한국지사장은 본사 임원과 전화하면서 진땀을 빼고 있었다. 탄자니아는 세계은행 175개국 대상 기업활동환경평가(2006년)에서 142위를 차지한 곳.

A사는 1000만여 달러를 투자해 한국에 공장을 세웠다. 그런데 3개월 만에 “공장 용지가 택지개발 예정지역에 포함됐으니 시설을 옮겨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전 통보를 받은 외투기업은 A사를 포함해 17개. 막대한 비용과 시간 낭비가 예상되면서 사업하기에 예측성이 떨어지는 국가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 지역에 투자를 타진하던 B사는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문제가 국무총리에게 보고됐다. 전담팀(TF)이 생겼고 2008년까지 공식 회의가 5차례, 간담회가 12차례 열렸다. 2008년 12월에 해결책이 나오면서 17개 기업 가운데 10개 기업이 사업장을 유지하게 됐다. KOTRA의 안충영 외국인투자옴부즈만(사진)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06년부터 3년 임기를 마치고 5월 초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안 옴부즈만은 한국에 진출한 외투기업의 사후관리가 신규투자 이상으로 중요하다면서 ‘AS센터장’을 자처했다. 이미 진출한 기업의 입소문 효과가 투자설명회 효과를 압도한다, AS가 확실히 보장되는 제품을 소비자가 우선 구매하는 일과 같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가운데 증액투자 비중은 53.4%로 신규투자(37.8%)를 훨씬 앞섰다. 옴부즈만을 통해 고충을 해결한 뒤 추가 투자된 금액은 지난해 11억 달러에 이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용해 유명한 블랙베리의 국내 도입도 안 옴부즈만이 풀어냈다. 외투기업 임원과 외교관은 국내 무선인터넷 접속기준 때문에 한국에서 블랙베리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계속 제기했다.

“투자 유치 단계에서 면세를 약속받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수십억 원의 과세 통보를 받은 기업이 있었어요. 추가 투자 계획을 동결하는 등 반발이 거셌죠. 결국 해결됐지만 이처럼 세금 때문에 고생하는 곳이 가장 많아요.”

그는 자신의 경쟁력을 나이(69세)라고 웃으며 말했다. “외투기업 문제는 국내 기업과 행정기관 등 이해당사자가 많으므로 때로는 무섭게 혼내고, 어르거나 달래려면 연륜이 필요합니다. 국내 법·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춰 제도의 ‘회색 지대’를 없애는 게 근본적인 고충 해결책입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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