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두 영세기업 상생의 악수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일감 없는 기업… 일손 달린 기업…

인천 남동공단에 킨메탈이라는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국내 한 대기업에 굴착기용 파이프와 엔진 부품을 납품해 왔습니다. 2000년 설립 당시 1억 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37억 원까지 늘었을 정도로 급성장해 온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킨메탈에 생각지도 못한 고난이 닥쳤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발주량이 한 달 사이 3분의 1로 줄어버린 것이죠. ‘엔화 빚’을 안고 있던 킨메탈로서는 엔화강세 현상도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회사 임직원들은 백방으로 일거리를 찾아봤지만 허사였습니다. 킨메탈은 결국 직원 40명 중 외국인 노동자 15명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이런 킨메탈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정부도, 대기업도, 금융기관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매출액(지난해 18억 원)이 더 적은 중소기업 국제밴딩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7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주최의 ‘남동공단 미니클러스터 모임’에서 만난 국제밴딩 박정철 사장이 “내가 수주한 물건을 킨메탈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제안한 것이죠. 국제밴딩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선박용 부품 발주가 40∼50% 늘어나면서 공장 확장을 결정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일감이 줄어든 회사와 일손이 부족한 회사가 만난 셈이었습니다.

킨메탈은 올 3월 공장 1층에 있던 굴착기용 파이프 생산설비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일본에 보낼 선박용 부품을 만들기 위한 프레스기기를 들여놓았습니다. 최근 시제품이 나왔고 5월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갑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일감이 끊긴 영세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올 1분기(1∼3월) 국내 제조업의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률은 관련 통계 집계(1970년) 이후 최저치인 ―13.5%였습니다. 특히 전국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제조업체 중 50인 미만 소기업 2만1704곳의 가동률은 66.3%로, 300인 이상 대기업(80.8%)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정부가 영세기업 하나하나를 모두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기업에 무턱대고 ‘상생(相生)’만을 요구하기도 어렵습니다. 킨메탈과 국제밴딩이 함께 풀어낸 ‘생존방정식’이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주선자’ 역할을 한다면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더 생겨날 수 있습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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