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 ‘한은법 개정’ 與와 정면충돌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한국은행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면충돌할 태세다. 재정위는 그동안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등 정부 여당이 요구했던 민감한 사안들을 척척 처리해 ‘모범 상임위’로 불렸지만 이번엔 여당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재정위 서병수 위원장은 2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당 지도부의 한은법 개정안 처리 연기 요구에 대해 “작년 12월부터 소속 의원들이 힘들게 논의를 해 가까스로 소위를 통과시켰는데 지금 와서 처리를 미룬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당이 문제 삼고 있는 한은에 대한 조사권 부여는 발동 요건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은법 개정 취지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편적으로 바꿀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금융정책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 연기를 강하게 주장했었다. 임 의장과 서 위원장은 이후 따로 만나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위원장은 “23일과 27일 전체회의에서 소속 의원들의 견해와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들은 뒤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당 지도부가 한은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이유는 금융감독 기관이 금융감독원과 한은으로 이원화될 수 있기 때문. 시중 금융회사들을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둘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은이 금융위기를 틈타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서 위원장 등 재정위 소속 상당수 의원은 “국제 금융위기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한은에는 개별 금융회사의 현황을 알 수 있는 자료 제출 요구권조차 없다”며 이번에 반드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한은에 부여하는 조사권은 시중 금융회사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에 불과하다”며 “시정명령권 등이 포함돼 있는 감독권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은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대부분 친박(친박근혜)계라는 점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반란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한은법이 바뀐다고 해서 친박계가 정치적 이득을 볼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억측이라는 지적이 더 많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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