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현물값 한달새 50% 급등…반도체시장 봄날 가까이 왔나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납품가도 두달만에 반등

증권가 “2차랠리 진행”

공급 축소로 가격 올라

“본격회복 아니다” 반론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현물시장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D램 업체와 PC 업체 간의 납품 가격인 고정거래 가격이 모처럼 반등하면서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본격적인 상승세를 말하려면 올해 하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 D램 고정거래 가격도 상승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DR2 1Gb(기가비트) 고정거래 가격은 0.94달러로 4월 초(0.88달러) 대비 6.8% 올랐다. 당초 기대치인 10%보다는 상승폭이 작았지만 업계에선 2개월 만에 반등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현물 가격의 상승세가 고정거래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상승세가 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리츠증권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현재 수준으로 이어지면 D램 업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공급망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데 PC 업체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D램 현물시장 가격은 지난주 17%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바닥을 찍었던 3월 중순과 비교하면 1개월 만에 50% 가까이 올랐다. 증권가에선 독일 키몬다 파산을 계기로 2월 초순까지 1차 랠리가 나타난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 2차 랠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일본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인 엘피다가 다음 달 반도체 가격을 최대 5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피다는 세계 시장점유율 15.2%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이어 D램 3위 업체다.



○ 수요가 견인하는 가격 상승

반도체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까지 나타난 상승세는 공급 공백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만 업계를 핵(核)으로 한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 가동률 하락으로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공급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을 장기적이고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D램의 55%는 PC에, 플래시메모리의 35%는 휴대전화에 쓰인다. PC와 휴대전화 같은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가 회복돼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른다.

낙관론자들은 2분기(4∼6월)부터 PC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폴 오텔리니는 최근 “PC 수요는 1분기(1∼3월)에 저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1분기 세계 PC 판매량은 6346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7.1% 줄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예상치(―10% 안팎)를 훨씬 웃돌았다. 현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PC 업체 간 신제품 출시 경쟁으로 안정된 부품 공급이 중요해졌다”며 “반도체 가격 급상승 이전에 주문량을 늘리고 상승폭을 조절하려 할 것이므로 4∼9월 D램 가격은 평균 30∼40%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확실한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기까지는 아직 복병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대만 업계의 가동률이 30∼40%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당량의 재고가 쌓여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따라서 IT 제품의 계절적 성수기인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백수하 이사는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감원 움직임도 신규 PC 수요를 떨어뜨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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