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딜레마에 빠진 車업계 ‘자구노력’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인위적 구조조정’ 눈치만

타이밍 놓치면 ‘몸통위기’

GM대우자동차 경영진이 최근 자금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가려다 무산됐습니다. 청와대로선 아무래도 개별 기업과의 면담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겠지요. GM대우차도 오죽 다급했으면 사장까지 나서서 청와대를 찾아가려고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자동차 5개사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2%가 감소했습니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는 76%가 줄었고, GM대우차도 43.8%나 줄었지요.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연초부터 줄곧 정부의 지원을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다음 달 시행되는 노후 차량 폐차 후 신차 구입 시 세제 감면 혜택이 유일합니다. 정부로서는 기업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없는 한 추가 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정도의 지원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 자동차 업계가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일본의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연초부터 서둘러 감원, 감봉, 감산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상황에서도 우리 자동차 업계는 임원 임금 10% 반납, 복지혜택 축소 등 ‘찔끔거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사코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심각해졌던 쌍용차도 노조의 눈치를 살피느라 ‘군살’을 빼지 못했습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청산’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쌍용차는 최근 뒤늦게 전체 인력의 36%에 이르는 직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선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만일 쌍용차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미리 ‘군살’을 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물론 인력 감축에 부정적인 청와대와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하는 기업으로선 딜레마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력 감축에 따른 후유증도 고려해야겠지요. 하지만 정치권과 노조, 여론의 눈치만 살피다 시기를 놓쳐 회사가 사라진다면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GM대우차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자동차회사도 예외는 아닐 듯합니다.

정부가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업계의 ‘자구노력’과 업계가 하고 있는 ‘자구노력’ 간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정부로서도 추가 지원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조용우 산업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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