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車, 5社→3社내외 육성…석유화학, 단지별 특화”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정부 ‘10개 업종 구조조정 방향’ 보고서… “원칙은 시장자율”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완성차업체를 5개사에서 3개사 내외로 줄여 육성하기로 했다. 또 울산과 충남 서산시 대산읍, 전남 여수시 등 3개 산업단지에 흩어진 석유화학업체들을 사업교환을 통해 단지별로 특화하기로 산업 구조조정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가 단독 입수한 ‘주요 업종별 구조조정 방향’ 대외비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가 올 1월 작성했으며 내용 중 일부는 이미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행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식 지원을 통해 자동차 생산 대수 기준으로 현재 세계 5위인 한국 자동차 산업을 4위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2007년 기준 세계 자동차 시장의 5.5%를 차지했던 한국의 자동차 생산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 5개사 사이에 사업 구조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이를 3개 혹은 4개로 육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기업 간 자율’ 형식으로 사업교환을 유도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업종은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설비 신증설로 인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분야.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품목별로 전문화하기 위해 석유화학단지별로 자율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케이스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을 제조하는 기업은 울산단지에 3개, 여수단지에 2개가 있는데 이를 단지별로 1개 기업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 밖에도 조선 철강 시멘트 일반기계 섬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모두 10대 품목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과 청사진을 담고 있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이 보고서에 기초해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 때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에 대한 위기대응 기본전략을 발표했다. 또 신동아(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 보고서의 존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구조조정의 대원칙으로 ‘시장자율 존중’과 ‘선제적 구조조정’을 꼽았다. 민간의 구조조정제도 활성화로 부실기업이 자율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및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조속히 퇴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선제적 구조조정의 세부원칙으로는 △글로벌 핵심역량 강화 △업계 자구노력 병행 △적절한 경쟁 유지 등 3개 항목을 정했다.

지경부가 이처럼 산업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제시했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여부는 채권단이 최종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항은 달라질 수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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