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저돌적 지략가들 ‘폰심 쟁탈전’ 밤낮이 없다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SK텔레콤

강한 추진력 정만원 사장

“OK캐쉬백-네이트 후속 새 성장동력 찾겠다”

지난해 말 정만원 SK텔레콤 신임 사장의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 저돌적인 회사로 빠르게 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곧바로 나왔다. “오랜 기간 정체에 빠진 통신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라는 해석도 많았다.

정 사장이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최고경영자(CEO)로 각인돼 있었기 때문이다.

상공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1994년 SK그룹에 발을 들인 정 사장은 SK 고객사업개발본부장, SK텔레콤 인터넷사업부문장을 거치면서 강한 추진력을 앞세워 많은 일을 해냈다. 국내 최대의 포인트 서비스인 ‘OK캐쉬백’, 무선인터넷 브랜드인 ‘네이트’, 모바일 금융 브랜드인 ‘모네타’ 등이 정 사장의 작품.

그는 1월 SK텔레콤 CEO로 선임된 뒤 “독서를 통해 지혜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동력을 찾아내 위기를 돌파하자”며 “우리의 성장은 이미 출발해 그 성장을 멈춰서는 안 되고 멈출 수도, 멈출 리도 없다”고 독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사내 독립기업(CIC)인 MNO비즈(통신 분야), C&I비즈(인터넷 분야), GMS(해외 및 지원 분야)는 각각 하성민 사장, 오세현 사장, 서진우 사장이 맡고 있다.

MNO비즈 CIC를 이끌며 회사의 매출 90%를 담당하고 있는 하 사장은 2000년 신세기통신의 재무관리실장(CFO)에 선임돼 SK텔레콤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재무통’이다.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맡으며 매출 10조 원 달성, 가입자 2000만 명 돌파 등을 진두지휘했다.

인터넷과 컨버전스(융합) 분야 차세대 사업 발굴을 맡은 오세현 C&I비즈 CIC 사장은 SK텔레콤이 세계 처음으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며 경험과 안목을 쌓은 ‘기술통’이다. 서진우 GMS CIC 사장은 중국과 미국에서의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유공, SK C&C, SK텔레콤 등을 거친 서 사장은 회사 내의 대표적인 ‘해외통’이다. 그는 SK텔레콤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TTL’을 만든 주인공으로 신규 사업 개발과 마케팅 전략 능력을 발휘해 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KT-KTF

이석채 회장

단칼경영 사장취임 2개월만에 공룡조직 개혁-합병 성사

“NHN을 배워라.”

올해 1월 14일 이석채 회장의 취임사를 들은 KT 임직원들은 귀를 의심했다. ‘회사 규모와 역사가 KT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벤처기업을 벤치마킹하라니….’

이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NHN 사람들은 KT를 전혀 경쟁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주인이지만 KT 직원은 모두가 월급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일하는 방식, 임직원의 마음가짐을 모두 바꾸는 ‘올 뉴 KT(완전히 새로운 KT)’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두 달 동안 이 회장은 많은 일을 해냈다. 숙원과제였던 KT-KTF 합병은 이변이 없는 한 올 5월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본사 지원인력 3000여 명을 모두 현장에 내려 보내는 대규모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경영을 맡기 전부터 KT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한 뒤 취임 후 단칼에 환부(患部)를 깊숙하고 정확하게 도려낸 것.

이런 스피드 경영은 내정자 신분으로 40여 일간 경영디자인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회장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빠른 처방을 내놓는 경영 스타일로 수년째 성장 정체에 빠져 ‘비대한 공룡’이라는 눈총을 받아 온 KT를 이른 시간에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KT 홈고객부문장인 노태석 부사장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나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KT그룹에서 영업, 기획, 사업지원, 마케팅 등 모든 분야 업무를 두루 섭렵한 몇 안 되는 리더다.

기업고객부문장인 이상훈 부사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통신기술 전문가다. 통신 분야 세계 최고 연구소인 미국 벨연구소 출신인 이 부사장은 1991년 KT에 합류한 이후 KT의 네트워크 진화를 이끌어 왔다.

신사업을 맡은 최두환 서비스 디자인 부문장(부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에서 국내 최초로 광전송기술을 국산화한 광통신 분야 전문가다. ETRI에서 KT에 영입된 최 부사장은 회사를 떠나 벤처기업인 네오웨이브를 세워 성공한 뒤 또다시 러브콜을 받아 KT로 돌아왔다. 코퍼레이트 센터장인 표현명 전무는 KTF 재직시절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 슬로건을 만들고 젊은 이미지를 활용하는 과감한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6년 KT로 자리를 옮긴 뒤엔 와이브로 사업을 맡아 ‘W스타일숍’이라는 체험공간을 만드는 등 디자인 경영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자회사인 KTF의 권행민 사장은 KT그룹 내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2002년 KT 민영화 과정에서 기본 틀을 만들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을 맡았다. 권 사장은 또 그룹전략CFT장으로 KT와 KTF 합병의 밑그림을 그렸다. 두 회사의 합병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KTF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밖에 외부에서 새로 합류한 표삼수 KT 기술전략실장(부사장), 검사 출신인 정성복 윤리경영실장(부사장), 한컴싱크프리 창업자인 강태진 신사업추진본부장(전무) 등이 주목받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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