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쇼크?… 어제 악재는 내일 호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8분



“한국車 가속도 낼수도” 주가 급반등
소형차 위주 한국 유리…美 시장공략 기회될것
수출 많은 부품 업체들 당분간 타격입을 우려


지난달 30일 증권가의 최대 이슈는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미국 정부의 추가 지원 거부, 그리고 릭 왜거너 회장의 사임이었다. 이 소식은 “GM이 결국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으로 이어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이날 폭락세를 보였다. 최근 금융시장의 상승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31일 코스피가 반등하면서 곧바로 1,200 선을 회복했고, 특히 전날 하락장을 선도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각각 4.72%, 5.96% 상승했다. 이날 GM에 대한 소식은 하루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도리어 전날 뉴욕 증시마저 급락하면서 악재만 하나 더 쌓인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날 글로벌 증시의 최대 악재가 하루 만에 서울 증시의 호재로 돌변했다”고 해석했다. 투자자들이 처음엔 ‘파산’에 대한 공포감이 재발하며 주식을 팔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GM의 파산이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GM 파산은 점유율 확대 호기”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운명은 파산보호 신청(chapter 11·채무 상환이 일시적으로 연기되면서 구조조정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것)을 한 뒤 경쟁력 있는 부분만 살리거나,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회사 규모를 크게 줄이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어느 쪽이 됐든 세계 자동차시장의 황제처럼 군림하던 예전의 모습은 되찾기 어려울 게 거의 확실하다. 또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 다시 정상적인 영업망을 가동하기까지 적어도 2, 3년의 기간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점을 근거로 증권사들은 이날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 해외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을 앞 다퉈 내놨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회사의 자동차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아시아 유럽 등 외국 기업의 기회가 늘어나는데 이 중 고환율의 혜택을 입고 소형차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이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달 30일 “미국 자동차 시장이 28년 만에 최악의 늪에 빠진 가운데 현대차가 세계 정상 자리를 넘볼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평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작년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올 2월 7.6%까지 올랐다. 미국 빅3(GM 크라이슬러 포드) 자동차회사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4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자동차업체의 ‘영토 확장’ 여지가 아직 많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미국의 보호주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해외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우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GM대우차는 본사의 파산 위험이 커지면서 산업은행의 지원도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GM이 해외 판매망을 축소하면 전체 판매의 90%를 차지하는 GM대우차의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금융시장 단기 충격은 불가피
미국 자동차회사의 구조조정은 일단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는 단기적인 충격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자동차산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고용과 소비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자동차산업은 미국 제조업의 중추”라며 경제 현안 중 자동차회사 구제방안을 가장 먼저 챙긴 것도 이 때문이다. 도이체은행은 “미국의 자동차회사가 파산하면 실업자가 100만 명가량 늘어나면서 미국의 실업률이 11.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GM이 파산한다면 ‘실업률 증가 및 부품업체 도산→금융회사 부실 확산→투자심리 위축’의 악순환이 단기적으로나마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기업 파산 우려가 고조되면서 금융 혼란 국면이 3∼6개월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시장에 너무 오랫동안 알려진 악재라는 측면에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GM이 실제로 파산하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됐고 미국 정부도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갖고 있어 2001년 엔론 사태 때와 같은 대규모 연쇄부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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