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이코노미’ 국내 현장을 가다]<6>포스코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냉연제품창고 지붕에 지난해 8월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의 모습. 건물 지붕에 1MW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상업용으로 설치한 것은 포스코가 국내 최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냉연제품창고 지붕에 지난해 8월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의 모습. 건물 지붕에 1MW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상업용으로 설치한 것은 포스코가 국내 최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포스코는 출자사인 포스코파워와 포스콘을 통해 발전용 연료전지의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 포스코파워가 올해 5월 서울 노원구에 완공 예정인 연료전지 발전소 예상 조감도.
포스코는 출자사인 포스코파워와 포스콘을 통해 발전용 연료전지의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 포스코파워가 올해 5월 서울 노원구에 완공 예정인 연료전지 발전소 예상 조감도.
“굴뚝산업도 친환경” 녹색옷으로 갈아입는 쇳물공장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가동

세계 최대 年 50MW 생산

제철소 지붕엔 태양광 설비

친환경 기업이미지 높여가

“이 작은 공간에서 3000여 가구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전기가 생산됩니다.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에 팔아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스코파워. 공장 건물 인근 1150m²(약 350평)의 대지에 조성된 연료전지 발전소를 안내한 이 회사 연료전지부문 설치시공팀 문청돌 팀장은 “연료전지 발전은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인 전력 생산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최신 설비는 이곳보다 생산 효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북 전주시 과학산업단지에 설치했거나 서울 노원구에 건립 중인 연료전지 발전소는 330m²(약 100평) 남짓한 공간에서 비슷한 용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모두 포스코파워가 개발한 설비다.

○ 고효율, 친환경의 차세대 에너지

포스코 출자사인 포스코파워와 포스콘은 영일만과 인접한 이곳에서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해 공급한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포스텍은 연료전지 연구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이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세우고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연간 50MW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기존 세계 최대라는 미국 코네티컷 주 퓨얼셀에너지 공장의 2배다. 포스콘 기술개발부문 연료전지사업실 조문흠 실장은 “현재 생산 규모는 연간 50MW지만 필요할 경우 적정 인력이 투입돼 작업한다면 최대 130MW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라고 자랑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차세대 녹색 에너지’를 이끌 핵심 설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화석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려 얻는 화력발전과 달리 연료전지발전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한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특징은 ‘고효율’과 ‘친환경’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연료전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발전 효율이 47%나 된다. 태양광의 발전 효율이 17%, 화력발전이 3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태양광발전이 10MW의 전력을 얻으려면 30만 m²의 공간이 필요한 데 비해 연료전지발전은 6000m²의 터만 있으면 된다. 또 2.8MW급 발전용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면 화력발전에 비해 연간 2612t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매년 358ha의 숲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 제철산업 한계 극복하는 친환경 경영

매년 60%가량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연료전지 시장에서 포스코는 발전용 연료전지 상업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파워는 2006년 11월 국내 최초로 남동발전 분당발전소에 상업 발전용 연료전지 1기를 설치해 정상 가동한 것을 비롯해 포항, 전주, 군산, 보령 등에도 연료전지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가 출자사와 연구소를 통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 다소비 사업’인 제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해 친환경 경영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석탄과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해 철을 만드는 제철산업은 전통적으로 환경오염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 역시 이런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친환경 경영 노력과 사업 다각화로 포스코는 이제 다양한 녹색 에너지를 개발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취임 이후 경영목표의 하나로 ‘환경경영’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환경경영은 에너지 다소비,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철강산업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철강산업의 기업윤리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에도 손길

친환경 에너지 확보를 위해 포스코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과 함께 태양광발전, 소수력발전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New and Renewable Energy)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태양광발전은 건물의 지붕을 활용했다. 별도 용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 광양제철소 냉연 제품창고 지붕에 1MW급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한 데 이어 같은 달 포항제철소 후판 창고에도 같은 규모의 발전 설비를 갖췄다.

건물의 지붕에 1MW 이상 대용량 태양광발전 설비를 상업용으로 설치한 것은 포스코가 국내 최초다. 포항제철소 에너지기획팀 김기종 부관리직은 “65억 원을 투자한 태양광 설비는 발전을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이고,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제철소의 태양광발전 설비는 연간 16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포스코는 또 광양제철소로 공급되는 공업용수에 소수력발전소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하루 17만 t의 원수 유량을 이용한 이 사업은 유엔의 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승인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매년 평균 2600t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포항=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파이넥스 공정, 질소-황산화물 거의 안나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파이넥스 설비는 겉보기에는 철을 뽑아내는 용광로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높이 솟은 굴뚝 모양 시설 때문에 고로(高爐)로 불리는 기존 용광로와 달리 파이넥스 설비는 파이프가 얽혀 있는 반듯한 계단형 건물 모양이다.

포스코는 이 설비를 두고 “세계 철강 역사를 다시 쓴 작품”이라고 표현한다. 포스코는 1992년 파이넥스 설비의 기술 개발에 들어가 15년의 노력 끝에 2007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고로와 파이넥스의 차이는 공정에 있다. 일반적인 용광로로 쇳물을 뽑아내는 데는 6개 공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이넥스 설비로 만들어낸 쇳물은 4개 과정만을 거친 끝에 나온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설비의 제철 방식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미리 가공하는 2개 공정을 생략해 투자비와 제조원가를 대폭 줄인 획기적인 방식”이라며 “세계 제철 기술 역사의 일대 변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넥스 설비의 투자비는 같은 규모 용광로에 비해 80% 수준, 제조 원가는 85% 수준이다.

파이넥스 설비는 이런 고효율, 고생산성이라는 장점 이외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파이넥스 설비에는 ‘세계에서 환경오염이 가장 적은 최첨단 쇳물 공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실제로 파이넥스 설비에서 배출하는 환경 오염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용광로의 3%와 1%에 불과하다. 비산먼지 발생량도 용광로의 28%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친환경 쇳물’의 비결 역시 공정 축소에 있다.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에 일정한 덩어리 형태로 굽는 작업이 필요하다. 용광로는 효율적인 연소를 위해 하단에 강한 열풍을 불어넣는데, 가루 형태의 원료를 사용하게 되면 열풍에 날아가 버리거나 통풍이 안돼 연소율이 떨어진다. 일정한 덩어리 형태로 구운 철광석(소결광)과 유연탄(코크스)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소결광과 코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량의 분진과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당연히 이 공정을 생략하는 파이넥스 공법이 기존 공법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파이넥스 설비가 ‘철강산업도 환경친화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항=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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