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車, 내수-수출 ‘소리없는 질주’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부산지역 경제에도 큰 버팀목혼류생산을 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 생산라인 직원들이 여러 종류의 차를 조립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QM5 뒤를 이어 세단인 SM5와 SM3 등이 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의 노력은 글로벌 경기위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부산지역 경제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부산지역 경제에도 큰 버팀목
혼류생산을 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 생산라인 직원들이 여러 종류의 차를 조립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QM5 뒤를 이어 세단인 SM5와 SM3 등이 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의 노력은 글로벌 경기위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부산지역 경제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9일 오후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 내 르노삼성자동차 공장.

조립라인 중간에 붙은 현황판에는‘계획 213, 실적 220’이라고 적혀 있었다. 2km에 이르는 조립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여러 종류의 차량 양쪽 발판에는 파란색 녹색 노란색 고무 플레이트가 각각 붙어 있었다.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생산(혼류생산)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수요 감소로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앞 다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지만 9일 찾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선‘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시스템과 노사 간 두터운 신뢰는 회사의 경영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경제에도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 유연한 생산시스템

지난달 국내 5개 자동차 회사의 총생산량은 지난해 2월 보다 15.2% 줄었다. 판매 대수 역시 내수와 수출이 각각 4.7%, 20.5% 감소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예외였다. 지난달 내수와 수출량은 각각 9.4%, 18.7% 늘었다. 지난해에는 수출한 자동차가 전년 대비 72.9%나 증가하면서 2000년 회사 출범 이후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이 때문에 이곳은 8시간씩 주야 2교대 근무에도 큰 변화가 없다.

이기인 생산1담당 상무는 “수요가 줄면 국내 다른 회사들은 가동 중단밖에 방법이 없지만 우리는 1개 라인에서 4개 차종을 만드는 유연한 생산 시스템 때문에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애초 공장 가동 때부터 이 같은 혼류생산을 했다.

현장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1개 라인에서 1개 차종만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다른 자동차 회사에선 노조의 반대로 혼류생산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신희철 사원대표위원장은 “혼류생산 때문에 초기엔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생산성을 높이고 최고의 품질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잘 소화해냈다”고 말했다.

심지어 국내 다른 자동차 회사에선 노조의 반대로 쉽지 않은 ‘전환배치’를 이곳에선 직원들이 자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 부산지역 매출-납세-고용실적 1위

르노삼성차는 2000년 9월 회사 출범 이후 아직까지 무노조-무분규 사업장으로 남아 있다. 노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원대표위원회가 있지만 다른 회사의 노조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들의 관심사는 ‘맹목적인 투쟁’이 아니라 ‘공정 개선을 통한 회사 발전’이다.

신 위원장은 “상급단체에 가입만 되지 않았을 뿐 노조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노사가 대화를 통해 원만한 협의를 하고 있어 직원들도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2006년 르노삼성차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SM3를 ‘닛산’ 브랜드를 달아 수출하려 했을 때 일본의 닛산에선 반대했다.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부산공장에서 만들어낸 SM3는 오히려 닛산에서 생산한 차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닛산도 승복했다.

그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세계 38개 르노자동차 공장을 대상으로 한 생산성 평가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회사의 투자와 현장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공정 개선 노력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회사 측은 현장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공장 건물 안팎의 페인트 색상부터 조립라인 한가운데에 설치한 화장실까지 모두 현장 근로자 중심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회사의 노력에 현장 근로자들은 자발적인 원가 절감과 공정 개선 제안으로 답했다. 지난해 부산공장 근로자 1인당 평균 작업 개선 제안 건수는 22건이었다. 이는 일본의 도요타(1인당 15건)를 넘는 수치다.

신 위원장은 “모든 근로자가 품질 향상을 통한 회사 발전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사화합으로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부산지역에서 매출 1위, 납세실적 1위, 직접고용 1위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부산=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